내일, 플레이스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전포카페거리 전포공구길 여행

부산 전포카페거리의 매력은 깊숙이 들어갈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즐길 거리만 가득한가 싶다가도 몇 걸음 더 걷다 보면 쉬어가기 좋은 휴식 공간이 나온다.
그러다가 다시 다른 길을 따라가면 옛 공구상가와 어우러진 개성 넘치는 상점들이 즐비한 전포공구길에 다다른다.
거리마다 테마가 가득해 지루할 틈이 없는 부산의 골목길 나들이에 나서보자.

글. 김민영 사진. 정우철

기계 부품이 가득했던
전포동의 변신

부산 전포동은 부전동과 함께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에 속하는 곳이다. 지금은 각종 상업시설, 교육시설, 금융시설 등이 밀집한 그야말로 번화한 도심이지만 예전에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래전, 전포동에는 꽤 오랫동안 대형 버스 공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는 공구와 기계 부품 가게가 많았다. 하지만 2010년 버스 공장이 울산으로 이전하자, 여러 공구·기계 부품 가게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옮겼다. 그때를 기점으로 이 거리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왠지 모르게 빈티지한 멋이 감도는 거리에 몇몇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고, 공구를 팔던 가게 자리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요즘 스타일의 카페를 열었다. 그 후 작은 규모의 카페와 소품 가게, 음식점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다시 전포동 뒷골목으로 향했다. 180도 바뀐 거리의 모습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커피향 가득한
전포카페거리

이국적인 분위기의 작고 예쁜 카페들 덕분에 거리는 커피향으로 가득 찼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거리를 ‘전포카페거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시민들과 여행자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따뜻한 거리의 모습에 세계도 주목했다. 2017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전포카페거리를 ‘꼭 가봐야 할 세계 명소’로 소개한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들 역시 명망 높은 뉴욕타임스에서 주목한 이유를 두고 ‘도시재생 성공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때부터 전포카페거리는 테마 가득한 거리로 거듭나게 된다.

지자체는 이 일대를 재정비하고 국내외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부산문화재단과 협업해 청년 예술가가 참여하는 벽화갤러리를 조성했고, 각종 안내판과 보도블록도 특색있게 정비했다.

전포성당과 놀이마루 사이에 상징처럼 자리한 커피 열매 벽화와 커피잔 조형물도 그 노력 중 하나다. 이곳은 지금도 전포카페거리의 대표 포토존으로 사랑받고 있다.

전포커피축제도 마찬가지다. 부산시는 2017년 전포카페거리가 뉴욕타임스의 올해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전포카페거리에서 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2024년 기준 8회째 진행되고 있는 전포커피축제에서는 전포 및 유명 지역 커피, 디저트 판매 부스와 일본, 대만 등 해외 바리스타 초청 부스가 운영되는데, 다양하고 독특한 커피를 맛볼 수 있어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몰리는 중이다.

빈티지한 멋이 있는
전포공구길

전포초등학교 방면으로 전포카페거리 길목마다 그려진 귀여운 커피 열매를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공구 가게들이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포공구길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카페가 들어선 전포카페거리와는 달리 공구 가게들 사이사이로 특색을 지닌 카페와 상점들이 들어선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치 서울의 성수동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기 정점을 찍은 전포카페거리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상권이 번지면서 이곳 역시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낮에는 조금 조용한 편이지만, 해가 지면 가게의 조명들이 켜지면서 더욱 운치 있다. 오히려 전포카페거리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을 정도라고 한다. SNS 인증사진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웨딩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커피 내리는 소리와 ‘깡깡’ 하며 기계를 고치는 소리가 공존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전포카페거리와 전포공구길의 인기로 전포동 인근 골목들이 자연스럽게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부산에서 색다른 여행을 하고 싶다면, 전포동 골목길에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서면 젊음의 거리부터 전포카페거리, 전포공구길 맞은편 전포사잇길로 이어지는 전포동의 골목길이 저마다의 매력을 드러내며 여행자들에게 다양한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