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를 만나다

‘성장’을 위한 속도를 늦추고
‘조직문화’를 위한 소통을 시작하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라는 미션 완수를 위해 전력 질주해왔던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잠시 속도를 늦추고 ‘우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 잘하는 조직’만큼 중요한 것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이고, 구성원이 행복할 때 조직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터혁신 컨설팅을 통해 우리의 조직문화를 정확하게 직시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를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있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소통과 공감을 통한 행복한 일터 만들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글. 박향아  사진. 김경수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일

원자력은 공급 안정성, 환경적 측면, 경제성 등에서 월등히 우수한 에너지다. 자원이 없어도 우수한 기술력을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이기도 하다. 원자력이 우수성이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선 방사성폐기물 관리의 안전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하 ‘공단’)은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이다. 2009년 1월 1일 공단 설립 이후로, 원자력발전소, 병원, 산업체 등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환경 보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원종열 팀장은 “쓰레기 치우는 회사인데, 그 쓰레기가 ‘아주 특별하고 위험한 쓰레기’”라는 설명과 함께, 공단에서 시행 중인 업무를 소개했다.

“위험한 쓰레기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경주시 약 206만㎡ 부지에 총 80만 드럼 규모의 처분시설을 운영 중이고, 각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운반전용 선박인 청정누리호를 통해 안전하게 운반하고 있습니다. 처분시설 주변의 주민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을 주기적으로 감시하고, 부지 주변 해양 사료를 교차 분석함으로써 분석 결과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입니다.”

우리가 변화를 위한 도전을 시작한 이유

공단이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조직에서 독립된 조직으로 출발을 알린 것은 2009년 1월.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다. 설립된 지 15년 된 ‘젊은 기관’인 만큼 구성원 역시 젊다는 것이 특징. 30~40대 직원이 전체 직원의 60% 이상이며, 특히 30대 직원은 37%에 달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조직이 젊다는 것은 ‘변화에 능동적이고 업무의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통과 협력에 있어서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출발이 늦은 만큼 조직의 체계를 갖추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집중해야 했을 터. 자연히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구성원 모두가 안전한 방사성폐기물 관리라는 명확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달려온 결과, 공단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조직문화 부재에서 오는 문제점도 하나둘 생겨났다.

“공단 내 조직문화 담당 부서가 없었고, 조직문화 개선인식 필요성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코로나 이후 개인, 부서 간 소통이 적어지면서 개인주의가 심화하였고요. 2018년 직장내괴롭힘금지법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소통 강화 및 상호존중하는 인식 등 조직문화 개선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컨설팅을 주관한 안수경 차장은 “일터혁신 컨설팅을 통해 공단의 조직문화 현 수준을 진단받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의 현재를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성장’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설립 13년이 되던 2022년에 잠시 멈춰서 조직문화를 돌아보고 변화를 위한 도전을 시작한 이유다.

소통과 협력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젊은 조직이 갖춰야할 우선 과제

공감과 소통을 통해 쌓아가는 단단한 신뢰

전문가 진단을 통해 조직문화 수준을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싶었으나, 예산확보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이미 해당 연도의 예산 책정이 마무리된 시점이었기에 미반영된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했던 것. 선례가 없기에 예산 편성의 기준도 없었을 터. 그렇기에 계속해서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예산이 확보된 이후의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구성원을 대상으로 컨설팅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우리 조직의 현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 조직문화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공단에서 시행하는 설문조사에 대한 구성원 불신이 팽배한 분위기였기에 실효성 있는 개선책이 도출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컨설팅 이전에도 매년 내부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는데, 평가용 데이터로만 활용되었거든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설문 내용을 구체화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설문을 진행했기에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 안수경 차장의 설명이다. 심지어 주관식으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개선 의지가 없는데 조사를 하면 뭐 하느냐’는 답변이 달리기도 했다.

“공단의 조직문화 수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하고 싶다는 목표로 컨설팅을 진행한 만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원들의 크고 작은 반응들도 우리의 현 상황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공유하면서 구성원들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회사가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변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소통하고 설득하며 변화를 만들어나갔습니다.”

침묵하는 조직에 소통이 시작됐다

오프라인 설문조사, 기관장, 경영진, 노조위원장 및 인사담당자 등 구성원 인터뷰를 통해 내려진 진단은 ‘침묵하는 조직문화’. 본부 부서, 개인 간 소통의 부재로, 각자의 업무만을 우선시하는 이기주의와 교류가 없는 침체한 조직문화가 존재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진단에만 그친다면 컨설팅은 무용지물이다. 공단은 진단을 토대로 코라드 ‘변화관리자(체인져스)’를 선발했다. 체인져스는 전 직원 대상의 설문을 통해 직급이나 부서에 관계없이 변화를 주도해나갈 직원으로 구성하여, 신뢰를 높였다. 이렇게 선발된 체인져스를 중심으로 상호 존중문화 구축을 위한 토론식 워크숍을 열고, 이를 통해 조직에 꼭 필요한 요소를 선정, ‘그라운드 룰’을 만들었다. 도출된 그라운드 룰은 포스터 및 다양한 홍보 물품으로 제작하고, 이를 활용한 지속적인 캠페인을 시행함으로써 구성원들의 공감과 실천을 꾸준히 독려해나갔다.

또한, 코라드 체인져스 선발 정례화, 매월 11일을 상호존중의 날로 지정, 소통 공감 활동 확대, 조직문화 개선 캠페인 확산, 육아기 특례제도 운영 및 유연근무제 확산으로 일하기 좋은 근로환경 조성 등 행복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공감과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필수.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유연근무제의 다양화 역시 이러한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다.

“공단은 시차출퇴근제, 근무시간선택제, 원격근무제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업무 성과가 향상되고 일·생활 균형 면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요. 그뿐 아니라 우리 공단 전체 직원의 27%가량이 여성 직원이며, 특히 30~40대 직원 중 여성 직원의 비율은 68%에 이르는 만큼, 이들을 위한 유연근무제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일 가정 양립을 위하여 육아기단축근무제, 육아시간제 시범운영, 육아기특례제도 등을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육아시간을 확보하고,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 단단한 조직문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지속적으로 조직문화 구축의 필요성을 알리고, 우리에게 맞는 방식으로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나간 시간. 구성원의 조직문화 및 조직커뮤니케이션 만족도는 꾸준히 향상되고 있고, 2023년에는 국민권익위에서 평가하는 청렴체감도에서 높은 점수가 나와, 공단 창립 이후 처음으로 종합청렴도 1등급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 더 큰 변화는 ‘침묵하는 조직’에 ‘자발적인 소통’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1년에 3~4건이었던 ‘소통 채널’이 이제 매달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구성원이 목소리를 내면 회사는 듣고 변화가 시작된다는 경험이 쌓인 결과다.

2025년 1월에는 조직문화 전담 조직인 ‘조직문화혁신반’도 신설됐다.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듯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구성원뿐만 아니라, 경영진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담조직이 발족한 만큼, 더 단단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도 이어질 전망이다.

“구성원의 의식변화를 통한 조직문화 혁신의 중요성을 경영진과 직원이 함께 공감하며 소통하는 활동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단기적인 목표는 ‘오랫동안 근무하고 싶다’라는 인식이 향상되어 입사 5년 차 미만 직원의 퇴사율이 줄어드는 것이며, 장기적인 목표는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되는 것입니다.”

MINI INTERVIEW
안전총괄팀 전상일 차장

체인져스 1기, 조직문화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면서 ‘완벽한 시스템’이라도 최종적으로 일을 실행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소통’을 통해 많은 조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안전한 현장을 위해 시행 중인 ‘제안신고제’의 참여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소통’과 ‘공감’을 기반으로 한 조직문화가 가져온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고준위전략팀 정솔 과장

8세, 7세 남매를 키우고 있어서, ‘육아시간제’를 활용하고 있어요. 9시 반에서 4시 반까지 근무하니까 경력 단절 없이 등원과 하원을 직접 챙길 수 있죠. 자연히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고요. 조직문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제도가 활성화되기 어려운데요. 우리 회사는 누구나 자유롭게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때문에, 육아하는 직원들이 제도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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