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인터뷰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은 진심에 있다

웹툰 작가 미깡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면 한순간에 학교 운동장을 뛰어놀던 그때로 돌아가게 된다.
사는 동네가 달라도, 지나온 세월이 아무리 길었어도 말이다. 그렇게 마음이 통해버린 인연은
한마디 말로도 반가운 인사가 되고, 마주하는 눈빛으로 깊은 위로가 된다.
웹툰 작가 미깡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그렇다. 그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가 시작된다.

글. 차유미  사진. 김경수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최근 일상이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저는 ‘알라딘 투비컨티뉴드’에 <미깡이 또 술 얘기한대> 시즌2를 연재하느라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술 마시는 저의 일상과 술에 대한 소소한 정보를 담은 에세이 만화예요. 시즌2는 우리술 특집으로 연재하고 있고, 곧 책으로도 나올 예정입니다. 그밖에는 지난해부터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만화스토리텔링’을 강의하고 있어요. 개강을 앞두고 수업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오늘 탈을 쓴 모습이시네요. 인터뷰하실 때 얼굴을 안 드러내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술꾼도시처녀들>의 독자라면 아무래도 술꾼이 많을 거고, 술꾼들 잘 가는 맛집은 또 거기서 거기잖아요. 한창 술 마시고 취해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알아보시면 민망할 것 같아서 첫 인터뷰 때 얼굴을 가리고 나갔죠. 너무 편하더라고요! 그 뒤로 계속 얼굴을 가리게 되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취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웃음) 사실 겉모습보다는 진심을 나누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만화를 보시는 분이나 저의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그 마음을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술꾼도시처녀들>은 3년간 인기리에 연재되었어요.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고요.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한국인의 술 사랑이 인기 비결 아닐까요? (웃음) 사실 ‘술도녀’ 이전에는 미디어에서 술을 맛있게, 많이, 주체적으로 마시는 여성 캐릭터가 없었어요. 극 중에서 여성이 술을 마신다면 대개 실연을 당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뿐이었죠.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술이 ‘맛있어서’ 좋아하고 잘 마시는 여성들, 일 끝나고 시원하게 한잔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여성들이 많잖아요. 이런 현실적인 여성들의 이야기가 처음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에 독자들이 반가워하고 공감했던 것 같아요. 또한 주인공 세 친구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때로는 평범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죠. 꼭 나 같고, 내 친구 같아서 더 친근하게 느끼신 것 같아요.

<술꾼도시처녀들> 외에도
<거짓말들> <하면 좋습니까> 등 누구나 겪는 일상의 문제들이 소재로 다뤄졌습니다. 특히, 직장 생활에서 겪는 소통의 문제라던가, 관계의 문제라던가요. 이런 소재는 어떻게 발굴하시는지요?

그러고 보니 제가 그린 세 작품 모두 직장 생활 에피소드가 많이 들어가 있네요. 일부러 소재를 발굴한다기보다는 만화가로 데뷔하기 전에 10여 년간 직장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소재로 쌓여 있었던 것 같아요. 상사에게 메시지를 잘못 보내서 식겁했던 일, 회식에 빠지려다 거짓말이 들통난 일, 부서 간의 기싸움 등 실제 경험이 많이 녹아 있어요. 물론 힘든 기억만 있는 건 아니에요. 동료들과 소통하며 즐거웠던 순간, 좋은 선배와 상사를 만나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던 기억들도 작품에 담고 있습니다.

‌또, <해장 음식> 등을 보면, 음식(안주)에 정말 진심이신 거 같아요. 이런 소재들이라 더 공감되는 것 같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비결이 있을까요?

특별하지 않은 걸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기 때문에 공감을 얻는 것 같아요. 일상적인 내용일수록 담담하게 보여줄 때 호응이 있죠. 예를 들면 온도 70도씨의 물을 작가가 “엄청 뜨거워! 100도씨야!”라고 호들갑을 떨면, 막상 만져봤을 때 실망하잖아요. 70도씨니까요. “이거 뭐 대충 60에서 70도씨 정도 됩니다만” 하고 스윽 내미는 게 좋다고 봐요. 일상 소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100도씨의 뜨거움보다는 70도씨의 잔잔한 이야기, 65도와 70도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를 더 좋아한다고 봐요. 그 언저리에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 같네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창작하는 과정은 일차적으로 저 자신에게 즐거움을 줘요. 내가 만든 이야기에 내가 푹 빠져서 무아지경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순간부터는 불특정다수의 독자를 생각해야만 해요.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게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인지, 독자들에게 또는 이 세상에 작게나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합니다. 한순간의 재미나 재치를 위해 누군가를 상처 입히거나 세상에 해를 끼치는 표현을 하면 안 되잖아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늘 조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많이 느껴서 이 일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 같아요. 잘 가르치기 위해 제가 더 배우기도 할 거고요. 학생들과 부대끼는 틈틈이 차기작도 작업해야지요. 만화가 될지 글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월간 내일」 독자에게 “소통”에 관해 한마디 하신다면요?

만화를 그리든, 글을 쓰든, 학생들을 가르치든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라는 걸 자주 생각하곤 해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공감을 끌어내려면 나 혼자 일방적으로 말하기만 해서는 안 되죠. 사람들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야 저도 더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요. 소통은 결국 상대방을 먼저 살피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