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혁신은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과정과 다름없다.
제도나 절차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 조직 구성원과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까닭이다.
한국하우톤 역시 일터 혁신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근본적인 조직 변화를 꾀했다.
임금체계부터 평가, 직급, 승진체계를 개편하는 데 성공하고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직급과 연차, 직군과 세대의 경계를 지우고 모두 ‘함께’ 힘을 모은 결과다.
글. 김주희 사진. 오충근
50년 전통의 특수윤활유 제조업체인 한국하우톤은 철의 생산성을 높이고,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친환경 절삭·방청·세척 산업유를 생산한다. 1973년 설립 초창기 불모지나 다름없던 특수유산업을 개척한 결과 관련 산업 1위의 자리에 우뚝 선 것은 물론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케미컬 기업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한국하우톤의 직원 수는 230여 명에 이른다. 제조기업이지만 생산 직군이 39명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영업과 연구 인력 등 사무 인력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진화를 거듭해 온 한국하우톤은 2010년대 위기를 맞닥뜨렸다.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에 접어들면서 시장 전반적으로 성장 둔화가 이어졌고, 내부에서는 조직문화에 대한 점검과 개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모아졌다.
“조직문화가 정체되고, 승진 적체가 늘어나면서 직원의 불만도 늘어났습니다. 또한 평가에 대한 수용성이 떨어지고 인사제도를 불신하는 목소리도 들려왔고요. 보상 시스템의 경우 임금 격차가 최대 210% 이상 벌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인사제도를 총괄하는 관리팀은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를 구축을 목표로 지난 2022년 ‘일터혁신 컨설팅 지원사업’에 참여해 대대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전년도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인상률을 계산하는 누적식 체계였다. 이 과정에서 전체 임금 부담이 커진 데다 근속연수와 직급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서열적인 구조로 인해 직급 간 임금 격차도 심화됐다. 이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한 끝에 비누적식 능력급을 도입하는 과감한 시도에 나섰다. 기준 임금의 30%를 비누적식으로 변경한 후 성과차등률을 높게 책정함으로써 보상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우수 인재가 이탈하지 않고 조직 내에서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임금체계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투명한 평가체계가 수반되어야 하는 터. 평가제도의 타당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체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평가자 교육을 비롯해 평가위원회활동, 이의신청제도 등을 도입하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나갔다.
“인사제도는 세부적인 영역들이 맞물려 있습니다. 몇몇 체계만 개선한다고 해서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개편된 임금과 평가체계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려면 다른 제도들도 발맞춰 나가야 했는데요. 직급과 승진체계 개편을 통해 인사제도 혁신을 완성하고자 했습니다.”
인사혁신을 주도한 관리팀 허택근 팀장은 인사제도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다각도의 접근으로 인사혁신의 시너지를 극대화한 것. 2023년 일터혁신 컨설팅 지원사업에도 참여하며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직급체계를 간소화했다. 직급 중첩이 가장 심했던 차·부장을 통합해 4직급 체계를 완성함으로써 승진 적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젊은 차장도 우수 인재로 조기에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연공서열적인 성격을 갖는 승진연한을 폐지하고 승진마일리지제도를 도입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수인재 조기 승진과 장기 저성과자 통제 강화 기능은 물론 승진 예측이 가능해져 직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총체적인 인사혁신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뒤따랐다.
“노동생산성이 3배 성장했으며 매출액도 지속적으로 상승했어요. 연차사용률이 증가하는가 하면 선택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근로 시간 단축 등 직접적으로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고용확대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다양하고 차별 없이 고용을 확대할 수 있었는데요. 청년·여성·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정년퇴직자의 재고용을 확대하며 매년 고용을 늘려갔습니다.”
한국하우톤은 내부 혁신의 공로를 인정받아 ‘2024년 일터 혁신 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새로운 인사제도 도입과 정착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은 경계를 허무는 파트너십이었다.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지닌 경영진, 인사제도 개편을 전담한 TFT, 혁신활동에 직접 참여한 직원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공유하고 적절한 지점을 찾아갔다. 또한 일터혁신 컨설팅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배운 과학적인 시뮬레이션과 기법을 적극 활용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도 도입의 실효성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점검하면서 혹시 모를 역효과를 방지할 수 있었다. 교육과 소통을 이어가며 어려운 개념을 직원들에게 안내하고 혁신활동이 조직 전체에 전파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직급과 세대를 뛰어넘는 굳건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한국하우톤은 새로운 제도가 더욱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이어갈 예정이다. 직원의 동기부여가 기업에 불러온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한 만큼 일터혁신을 꾸준히 해나갈 계획도 밝혔다.
“앞으로도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더욱 탄탄한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실질적으로 상생하는 방향을 찾아갈 것입니다. 현재 한국하우톤은 50년 넘어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는데요. ‘Enjoy Houghton, Enjoy Winning’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직원들이 행복한 일터를 만들겠습니다!”
무한 경쟁 시대, 기업 가치를 강화하는 데 있어 이전의 인사제도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230여 명의 직원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필요했고, 경영진으로서 적극 참여하며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는 데 힘을 보태고자 했습니다. 앞으로도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동반 성장 문화를 계속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중견기업 입장에서 과감한 변화에 도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터 혁신 컨설팅 지원사업을 통해 용기를 내어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실질적인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이 필요한 제도라고 느끼도록 실효성 높은 방향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직원 인식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기존에는 평가제도를 주관적으로 느꼈다면 객관적인 수치나 근거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평가를 수용하고 불만이 줄어들었습니다. 동기부여도 강화됐고요. 직급을 간소화하면서 업무 분위기도 수평적으로 바뀌면서 생산성과 효율성도 높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