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이다. 노동사건을 수사하는 만큼 맞닥뜨리는 상황이
유쾌할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고성은 근로감독관은 ‘공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사업주도 근로자도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갈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2024년 올해의 근로감독관’에 선정되며 그의 믿음이 확신으로 응답받았다.
글. 김혜영
사진. 김근호
고용노동부는 해마다 약자 보호와 법치 확립을 통해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들고자 헌신한 ‘올해의 근로감독관’을 선정한다. 올해의 근로감독관은 전국 48개 노동관서에 근무하는 근로감독관 2,100여 명 중 업무실적이 뛰어난 감독관 10명만을 선정하는 영예로운 상이다. 부산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 고성은 근로감독관은 사업장 근로감독 분야에서의 노고를 인정받으며, 선정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훌륭한 선배님들이 받던 상을 제가 받게 되었다니 그저 영광스러울 뿐입니다. 제가 수상하게 된 사업장 근로감독 분야는 보통 2~5명이 팀으로 구성되어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저 개인에 주신 상이라기보다 우리 광역근로감독과 팀원들을 대신해 주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두 열정적으로 근로감독에 임한 덕분이라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사업장 근로감독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노동관계법령 등 노동관련 사건을 수사한다. 크게 시고사건과 청원사건 그리고 정기·수시·특별감독 형태의 근로감독, 노사업무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고성은 근로감독관의 경우 노동법을 회피하기 위해 일명 ‘사업장 쪼개기’ 방식으로 하나의 사업장을 여러 개로 나누어 운영 중인 사업장을 찾아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근로자 권리를 구제한 성과를 인정받으며 올해의 감독관에 선정되었다.
“해당 사업장은 임금 및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신고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사업주는 청산 의지가 없는 고의·상습 체불사업장이었고요. 일반적인 근로감독의 경우 시정 조치를 취하고, 개선이 되지 않을 시 사법처리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경우에는 적발 시 바로 사법처리가 가능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습니다. 사업주가 법령을 교묘히 악용해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근로감독관의 업무 가운데 고성은 근로감독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위반한 사업장을 수사해 엄정 조치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이 노동관계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예방하는 것이라고. 이를 위한 선제조건이 바로 ‘공감과 이해’이다.
“임금체불은 사업주에게 경비절감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근로자에겐 생계가 걸린 삶의 문제이죠. 다르게 회사의 존폐가 걸린 경영위기를 극복하려는 사업주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가능성도 있고요. 서로의 상황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감정이 기저에 깔려 있다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일 수도 있고, 혹은 개선의 여지가 있는 해결과제일 수도 있습니다.”
노동 관련 사건은 대다수 근로자와 사업주 간의 첨예한 감정대립 상태에서 진행이 되는 만큼 갈등을 중재하는 근로감독관의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은 무척 중요하다. 그리고 상호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대상자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해 주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갈등이 일어나지 않기 위한 전제조건도, 노동 사건을 중재하는데 있어 필요한 부분도 모두 이해와 공감이 필요해요. 노동관계법은 기업운영과 근로자의 권익을 상호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누구 한 쪽의 이익만을 제공하지 않거든요. 이러한 부분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양 당사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최대한 원만하게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 근로감독관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이 바로 전문성과 공정성이다. 특히 노동관계법의 경우 지속적으로 개정되고 있고, 내용도 방대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숙지해야 갈등 당사자들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명확한 사건이야 법대로 처리하면 되겠지만 다툼이 있고, 해석의 여지가 있는 사건의 법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동료 선·후배 감독관들과 토론하면서 신뢰를 줄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위법 사례는 교묘해지고 있다. 정보가 많아지니 피해가는 방법도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럴수록 이를 관리·감독하는 근로감독관의 어깨는 무거워진다.
“저희가 더 많이 공부하고, 전문성을 갖추는 수밖에 없습니다. 부서 내 서로의 케이스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경남, 창원 등 인근 지역의 근로감독관들과 서로의 조사 방법론을 공유하면서 조사 방식을 다변화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고요.”
이러한 노력 덕분에 분명 우리의 근로환경은 나아지고 있다. 눈에 띄는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위해 근로감독관들이 오늘도 사업장을 찾고, 근로자를 만나고 있다.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의 지위를 갖추고 있다 보니 간과하게 되는 사실 하나. 그들 역시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를 꾸려나가는 근로자라는 사실이다. 업무 특성상 감정적으로 대치되는 상황에 자주 맞닥뜨리고,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악성민원과 갈등 환경에 자주 노출되는 부분 때문에 우울감을 느끼는 근로감독관도 많다고. 이에 고용노동부에서는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업무상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수석 근로감독관을 두고, 하위 팀을 구성해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문제 상황을 함께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고 있다.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조직이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 준다는 든든함. 덕분에 고성은 근로감독관은 10여 년이 넘는 근로감독관 활동을 마음껏 펼쳐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잘 해나갈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많은 근로감독관들이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서 건강한 마음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어려운 순간엔 등을 토닥여주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선배이자 동료로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