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무림지존, 취업준비생이 되다
2화. 소승도 무전 취식할 생각은 없소
“처사님, 여기가 어딥니까? 전 급히 돌아가 봐야 합니다!”
“뭐, 지하철을 찾으시는 거라면 건너편으로 가셔야 해요.”
“우와아아왓!”
“아니, 처사님. 그러지 마시고 우리 서로 통성명이라도 합시다. 전 소림사의 방장인 무명선사라 하옵니다.”
“저, 저, 저보고 하신 말씀 맞으세요? 아니, 아저씨가 방장인지, 주방장인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대체 저를 언제 보셨다고 그러세요?”
“그래서 대체 왜 나를 쫓아와요? 우린 남남이잖아요. 오늘 처음 본 사이!”
“맞는 말씀이시지만, 그건 조금 전까지였고요. 이젠 인연이 겹친 거죠. 일단 천천히 숨부터 좀 고르세요. 아니, 눈도 내리는데, 이러지 마시고 따뜻한 곳에 들어가서 이야길 나눕시다. 저기, 저 통유리로 밖이 훤히 보일 것 같은 저기가 좋겠구려.”
“그래요, 뭐, 좋습니다, 좋아요. 근데, 잠시만요. 행색이… 커피값은 있으세요? 아니죠? 없죠? 맞네, 맞아. 이거 신종 수법이었어!”
“아저씨, 제가 젊어 보여도 장기들은 다 기능이 별로예요. 제가 혈압도 높고, 당 수치도 제법 나오거든요. 어릴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해서요. 그러니까 그냥 깔끔하게 서로 가던 길이나 갑시다.”
“그러지 말고 제발 부탁 좀 드립니다. 저도 가던 길을 가고 싶은데… 도통 출구를 찾지 못해서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처사님은 하시는 일마다 조금씩 틀어지는 경우가 많았을 겁니다. 그건 기혈이 단단히 막혀서 그런 겁니다. 어릴 적부터 병약했다고 하시는데… 단전으로 가는 길은 훤히 뚫려 있지만, 나오는 길이 꽉 막혀 있어요. 이런 경우는 처음에는 당차게 일을 추진하지만, 오래지 않아 뭔가를 이루기도 전에 풀이 꺾여버리는 경우가 많죠. 분명 어릴 적에 폐가 약하셨을 겁니다. 그게 처음부터 병이 깨끗이 낫지 않은 채 자라면서 차츰 기운이 내려앉아 그런 겁니다. 이런 건 치료가 의외로 단순합니다. 신체를 조금만 단련해도 기혈이 다시 뚫려서 팽창한 기가 하늘과 금방 맞닿을 수 있어요.”
“아니, 제가 어릴 적에 폐렴 달고 살았던 걸 아저씨가 어떻게 알아요? 아니, 그럼… 기혈이 뚫리면 취업도 가능할까요?”
“취업? 일을 구하신다고요? 세상이 이리 넓은데, 안될 게 무엇이겠습니까?”
“그런데 어디로 가셔야 한다고요?”
“그럼, 중국 분이세요? 그런데 한국어를 이렇게 잘하신다고? 하하하, 아저씨가 콘셉트를 또 이상하게 잡으셨네. 쩌 시 한궈어(這是韓國, 여긴 한국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어쨌든, 처사님께서는 소림사를 잘 아십니까?”
“덕오 왔냐? 저녁은? 안 먹었으면 좀 기다려. 너희 아버지 곧 들어오신다고 하시니까.”
“친구랑 같이 왔어요.”
“아니, 왜 또 통닭을 사들고 들어와! 그럼, 미리 전화를 주던가! 괜히 또 밥했잖아. 꼬박꼬박 밥상 차리는 게 어디 쉬운 일인지 알아? 그리고 음식하고 제때 다 안 먹으면, 그것도 다 돈이야! 음식물 쓰레기도 치우려면 돈이 드는 세상이라고!”
“내 군대 동기야. 저기… 시골에, 아니 사정이 있어서 가족이 해외, 그러니까 중국에, 그래. 중국 시골에 사는 앤데, 뭐, 사정이 좀 생겨서… 며칠만 여기서 좀 지내면 안 될까?”
“어머? 설마 스님? 출가하신 분?”
“어, 어, 맞아. 출가한지 좀 됐는데, 사정이 생겨서… 글쎄, 이참에 다시 속세로 돌아오겠다는데? 근데 당장 묵을 곳이 없잖아. 그래서 내가 모른 척하기도 뭣해서. 며칠만 좀 있지 뭐.”
“며칠? 몇 달은 아니고?”
“너무 염려치 말아주십시오. 소승도 속세의 이치를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막무가내로 찾아와서 무전취식을 하겠습니까? 여차하면 탁발을 해서라도 제 몫은 제가 알아서 해내겠습니다. 그저 당분간만 부탁을 드립니다. 밤에 눈 붙이고 다리 펼 수 있는 공간이면 족합니다.”
“그래도 무슨 사정인지는 내가 들어봐야지 않겠습니까? 아니, 들어봐야지. 내 아들놈 친구라는데, 내가 말을 높여도 이상하고. 출가했던 몸이라지만, 다시 속세에 끼여서 살 거라며?”
“아, 아버지, 그게…”
“옳으신 말씀입니다. 소승은 사실 이곳 사람이 아닙니다. 사정이 생겨 해와 달을 건너고, 물을 건너 이곳에 이르렀습니다. 다행히 여기 계신 오덕오 처사께서 저를 딱히 여기셔서 본인의 집까지 저를 데리고 오신 겁니다. 처사의 부모님들이시니 염려하시는 건 당연한 이치이십니다. 다만, 소승은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소림사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지금의 인연을 잊지 않고, 반드시 배로 갚겠습니다.”
“소, 소림사?!”
“아니, 왜, 제가 그랬잖아요. 중국 시골에서 온 애라고. 소림사가 중국에서도 첩첩산중에 있는 곳이잖아. 그건 아버지도 잘 아시죠?”
“그렇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소림사는 오악 중 하나인 중악의 험난한 산줄기 위에 위치해 있어 일반인들은 소림사의 현관 계단을 만나기도 전에 지쳐버리기 일쑤입니다.”
“거, 정말 소림사에서 온 게 맞아? 그럼, 그걸 뭐라 그러지? 사형? 사제? 그 왜 같이 수련하고, 기도하고, 같이 생활하는 그런 사람들 있잖아?”
“네, 그렇지 않아도 전 저의 문파 식구들을 위해 돌아가야만 합니다. 당장은 돌아가는 길도 알아봐야 하고, 여비도 얼마간 챙겨야겠습니다만… 사실 이러고 있을 시간도 없긴 합니다. 제가 하루빨리 돌아가지 않는다면, 제 문파 식구 십만여 명의…”
“십만 명!”
“걱정 말고 푹 쉬다가 가시게! 오랜만에 한국에 왔으니 관광도 좀 하고!”
“그래, 무전취식은 곤란하지. 뭐, 젊은 나이니까 취업! 적어도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하숙비 정도야 낼 수 있을 거 아냐? 덕희가 독립해서 나가고 집안이 적적해진 차에 잘 된 거지 뭐. 그래, 잘 되었어. "
”덕오, 네가 내일 네 친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좀 데려다줘라. 중국에서 왔으면, 이 동네 길도 잘 모를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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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우리가 함께 했던 모든 노력이 시공간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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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게임 하나 만드는 것쯤이야 이젠 내공 운영보다도 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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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고수는 대부분의 적을 기합만으로도 능히 제압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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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담기만 한다고 그릇이 넓어지는 건 아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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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처사는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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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됐고! 그럴 거면 막힌 내 기혈이라도 좀 뚫어주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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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취업도 무술처럼 기본기 수련이 중요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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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형은 이종격투기 선수가 딱이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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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소승도 무전 취식할 생각은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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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월광보합(月光寶盒)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