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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프로젝트

베어베터

곰을 닮은 사람들이 일하는 기업

행동이 빠르진 않지만 맡은 바 일을 꼼꼼하게 끝냅니다. 마치 곰처럼요. 베어베터의 베어(bear)는 느리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발달장애 사원을 의미합니다. 그들과 함께 일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곳이죠. 발달장애 사원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독특한 회사, 베어베터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글 노혜진 사진 윤상영]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세워진 회사

NHN에서 함께 근무한 김정호 대표와 이진희 대표가 있습니다. 2010년 이진희 대표는 NHN의 임원직을 그만두고 2년간 자폐를 가진 둘째를 돌보며 '한국자폐인사랑협회'의 활동을 진행했죠. 어느 날 김정호 대표는 이진희 대표를 찾아가 발달장애인이 대학에 갈 수 있는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에 대해 의견을 냅니다. 하지만 이진희 대표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아이들이 대학에 가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요? 그보다 발달장애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발달장애인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이들이 일하기 쉽도록 직무를 설계해 제공하는 회사요." 김정호 대표와 이진희 대표는 그렇게 의기투합하여 2012년 베어베터의 문을 엽니다. 발달장애인의 고용을 목표로 만들어진 회사가 탄생한 것이죠. 이들이 발달장애인에 주목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전체 장애인 고용률은 36%인데 반해 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죠. 임금 수준은 턱없이 낮고 일자리는 더더욱 없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자립하여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베어베터는 여기에 주목했습니다. 비장애인 한 명의 일을 세분화해서 발달장애인 여러 명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렇게 업무를 쉽고 단순하게 만들면서 한 직무에 여러 명을 채용하는 효과를 냈습니다.

장애인연계고용제도를 통해 늘어난 매출

베어베터의 2016년 매출은 약 45억 원입니다. 2012년 창사 이래 최근 2~3년 사이에 매출이 급성장했는데요, 여기에는 임직원들의 내부적인 노력이 있었지만, 고용노동부의 장애인 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가 큰 기여를 했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있는데요, 장애인의무고용제도란 5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일정 비율(2017년 기준 민간 2.9%, 공공 3.2%)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부담금(100명 이상 근로자 고용 사업주 대상)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비장애인에 비해 고용상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고용기회를 넓히기 위해 만들어졌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는 미고용 인원에 대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해요. 이런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사업주가 장애인표준사업장 또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도급을 주어 생산품을 납품 받으면 이 역시 장애인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서 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가 장애인 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 줄여서 연계고용제도라고 부르는 제도랍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부담금 납부 총액의 50% 이내, 즉 연계고용 도급 계약에 따른 도급액의 5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담금을 감면 받을 수 있는데요, 베어베터는 이 같이 의무고용 비율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들을 설득했답니다. "베어베터는 영업매출을 올릴 수 있고, 기업들은 부담금을 감면 받아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죠.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거예요. 이 제도로 인해 베어베터에서 일하는 중증 발달장애인들은 고용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죠."

곰과 닮은 우직함으로 만드는 정성 어린 제품들

난 화분에 모래를 채워 넣는 손길이 꼼꼼합니다. 밀가루를 반죽해 속을 넣는 작업을 세밀하게 진행해요. 정성껏 포장을 하고 그 위에 꼼꼼하게 글씨를 써 넣어요. 배달해야 할 곳의 주소를 외우고 물건이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녀옵니다. 심부름을 시키면 귀찮아하는 내색 없이 수행하지요. 베어베터의 작업장 모습은 이처럼 한결같습니다. 여타의 사업장에서 느껴지는 분주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 대신 약간 느릿하지만 성실하게 꼼꼼히 물품을 제작하는 것이 보이는 거죠.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업종을 채택했어요. 쉽게 익힐 수 있고 어렵지 않은 일, 여러 명의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처음 베어베터가 인쇄 및 복사 분야로 시작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숙달되기 어렵지 않고 쉬운 직무들이었거든요." 발달장애인이 외부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지하철 노선도를 잘 외운다는 특성도 고려해서 업종을 만들었습니다. 품질은 기본입니다. 베어베터는 제품의 품질을 최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시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발달장애인의 평균 생산성은 비장애인 근로자의 5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요, 낮은 생산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본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이들을 케어할 수 있는 사회복지·직업재활 전공자를 관리자로 고용해야 하죠. 이 때문에 관리비용이 많이 소요됩니다. "동정심에 기대기 싫었어요. 장애인사업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니까 질이 좀 떨어지더라도 사 달라는 말을 하기 싫었습니다. 동정심만으로 물건을 사 주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우리는 기존 사업장의 제품들과 비교해도 최고의 품질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서 당당하게 경쟁하고 싶었어요." 인건비와 시설 투자에 많은 비용을 소모하게 되면 물품의 평균 단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베어베터는 어떤 기업의 제품과 견주어도 최고의 품질을 가진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가격은 조금 비싸더라도 물건의 품질을 보고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켜 지속적인 소비를 이끌어 내는 방식을 취한 것이죠.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만 하면 끝이 아니에요. 외부 영업이 성과를 보여야 했습니다. 베어베터를 소개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지속적으로 홍보를 했죠." 수십 번 수백 번의 홍보 끝에 거래처가 하나 둘씩 늘어 갔습니다.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베어베터의 모든 사원들이 함께 고락을 헤쳐 온 것은 물론이죠.

더 많은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위하여

2017년 2월 현재 베어베터의 총 직원은 224명입니다. 이 중 발달장애인의 비율은 87%지요. 베어베터의 향후 목표는 뚜렷합니다. 발달장애인을 더 많이 채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을 새롭게 채용해서 식구가 늘어나는 것을 보는 것이 베어베터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 사원들의 최종 직장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그들이 이곳에서 기업환경을 익히고 일반 기업으로 나갈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직을 돕기도 하죠. 2016년 4월부터는 판교에 있는 네이버엔터테인먼트사 카페에 베어베터 직원 10명이 이직하기도 했답니다. "베어베터에서 성장한 발달장애사원들이 여타 일반 기업체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가슴 벅찬 일입니다. 가장 큰 기쁨이라고 할 수 있죠." 현재 베어베터는 상시 채용제도를 실시하고 있어요. 지원서를 접수 받아서 인력 POOL을 관리하고 인력을 충원해야 할 사유가 발생할 경우 등록된 지원서를 바탕으로 적합한 지원자에게 면접 절차를 안내합니다. "발달장애사원의 퇴직은 거의 없는 편이에요. 저희는 채용을 위해 설립한 회사이기 때문에 새로운 매출이 생기면 거기에 비례해서 발달장애인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월 매출이 325만 원 발생하면 사원 한 명을 채용합니다." 다행히 베어베터의 매출은 순조롭게 올라가고 있는 중입니다. 기업을 상대로 한 신규 외부 영업도 잘 진행되고 있고, 아웃바운드 영업과 함께 인바운드 영업도 상승세에 들어섰거든요. "저희와 같은 회사가 여러 개 생겼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얻어서 같이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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