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입 유형 : 정년연장형
- 적용 대상 : 모든 근로자
- 기존 정년 및 연장 정년 : 만 58세 → 만 60세로 연장
- 임금 감액률 : 만 58세가 되는 시점부터20% 감액 수준 유지
- 퇴직금 정산 방법 : 만 58세를 기준으로 DB(확정급여)형에서 DC(확정기여)형으로 전환
- 적용 근로자 직무 : 정년연장 이전과 동일 직무 수행
정년연장을 통한 고용 불안 해소
B사는 총 생산량의 50% 이상 수출, 국내 석 유 수요 30% 이상의 안정적인 공급을 가진 국내 굴지의 회사입니다. 전국 2,700여 개 주유소 및 400여 개 충전소, 각종 공장, 철 도 및 항공 등에 정유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 죠. 한편, B사는 가장 소중하고 큰 재산은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복잡한 공정과 고도화된 기 술은 한자리를 꾸준히 지켜 온 근로자의 손 끝에서 완성되기 때문이죠. 특히 사내 핵심 업무와 주요 직책을 맡고 있으며 공정을 능 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숙련근로자는 노하 우와 경험이 풍부하여 회사에 꼭 필요한 인 재입니다. 하지만 이런 숙련근로자 역시 정 년이 되면 맡은 일을 내려놓고 일선에서 물 러나야 합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아쉽고 근 로자 입장에서는 정년이 다가올수록 마음 이 불안해지기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죠.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재고용형 임금피크제 도입
B사는 정년으로 인한 숙련근로자들의 퇴 직을 늦추기 위해 2009년 정년 후 재고용 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합니다. 이를 위해 2007년 노조 집행부와 회사 실무자로 구 성된 노사 공동 정년연장 TFT를 꾸려 약 3 개월간 직책별, 부문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를 기초로 니즈를 파악하고 타사 사례 연구, 벤치마킹을 통해 제도의 골격을 갖추었죠. 이렇게 정년연장이라는 큰 방향을 정하고 난 뒤 당시 금융위기로 회사 실적이 악화되었던 상황을 고려해 도 입 가능한 수준부터 점진적으로 실행을 하 기로 합의합니다. 당시 도입하기로 했던 정년 후 재고용 임금 피크제는 기존 정년인 만 58세는 유지하고 정년퇴직자를 계약직으로 2년 더 재고용하 는 제도였습니다. 실질적인 정년이 만 58세 에서 60세로 증가한 대신 임금은 이전의 80%로 감액 지급하기로 한 것이죠. 그런데 제도를 시행하고 보니 기대했던 고 용불안 해소, 회사에 대한 만족도 상승 등이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직원들은 재고용 후에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에 만족 하지 못해 소속감이 줄어들었습니다. 동종 업계인 C사의 경우 만 60세로 정규 정년을 유지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제도 경쟁력은 미미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퇴직 인원은 점점 늘어나는 데 그들이 비운 자리를 채울 후임자가 균등 한 업무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 였습니다. 회사는 정년을 연장해서라도 기 술과 노하우를 전수 받을 시간이 필요했고,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정년을 준비하는 50대는 자녀의 대학 학자금이나 결혼 준비 등으로 경제활동이 필요한 시기였습니다.
노사 간 공감대 형성이 이끌어 낸 결실
B사의 임직원 모두 임금피크제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고령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회사의 미래를 고려해 본다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필수라고 생각을 한 거죠. 하지만 기준은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구성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노사의 강한 의지와 개선된 경영상황도 여기에 힘을 실어 주었죠. 그 결과 2012년 1월 정년연장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게 됩니다. 정년연장 임금피크제는 만 58세를 임금피크 시기로 보고 그 이후에는 20% 감액한 기본급을 연장 정년인 만 60세까지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정년연장 임금피크제는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것이 아닌 공식적으로 정년 연장을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B사의 노사가 자연스러운 공감대 형성을 통해 모든 과정을 함께 논의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 현실화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고령시대를 헤쳐 나가는 실마리, 임금피크제
임금피크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B사는 특히 직책 부분에 신경을 씁니다. 직무는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면 되지만 직책의 경우 인사이동의 흐름이 막혀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정년연장자를 직책에서 제외하면 직무 배치가 곤란해지고 업무 분담은 모호해진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B사는 가장 먼저 '능력에 따른 직책 유지'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 역시 다른 구성원들과 동일하게 리더십 진단을 실시해 직책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한 것이죠. 또한 사내 강사, 프로젝트 매니저와 같은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업무 분담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직무 교육을 실시하고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죠.
이렇게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자리를 잡아 가면서 다양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정년연장자의 기술과 노하우 전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상세한 업무체계가 잡혔습니다. 이들의 교육으로 거듭난 후임자들은 물려받은 업무의 질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었고,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죠. 구성원들의 만족도 역시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새로운 역할을 통해 후배를 양성한 숙련근로자들은 노후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고용 안정을 보장 받았기에 업무몰입도도 높아졌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었는데요, 임금 조정으로 인해 확보한 재원은 신규 인력 채용을 위해 쓰일 수 있었습니다.
B사는 현재 중장년 인력의 탄력적 활용 및 업무 부여를 위해 새로운 직무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들이 신규 인력 육성과 체계화된 직무훈련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할 예정입니다. 또한 임금 수준의 하락과 동결에 따른 업무 의욕 저하를 방지하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도 마련하고 있어요.
이렇게 B사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계기로 기업 구성원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보완을 원하는 부분을 찾아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야만 성공적인 시행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력은 고령화될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고 구성원을 독려할 수 있는 깨어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B사의 관계자들은 그래서 임금피크제를 회사 내부의 문제 해결책으로만 보지 않고 고령사회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실마리라고 얘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