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직장 생활 뒤 이어진 육아 전쟁
의상을 전공했던 홍미란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백화점 MD 관련 일로 취업을 했다가 인터넷 쇼핑몰로 옮겨서 일을 했다고 해요. 하지만 약 2년 정도 짧은 직장 생활 후에 결혼하게 된 홍미란 씨는 바로 아이를 갖게 되면서 사회 생활과는 아예 멀어졌다고 하네요. 결혼 후 바로 갖게 된 첫 아이와 둘째, 셋째, 넷째까지 낳고 키우는 16~17년의 시간 동안 사회 생활을 할 틈이 없었어요. "아이들을 막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전업주부가 꿈도 아니었죠. 하지만 내 손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현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이로 인해 알게 된 내일배움카드
"저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 많아요. 서로 육아 정보를 공유하던 중에 이웃 아주머니들에게 정보를 듣게 됐죠." 홍미란 씨가 내일배움카드와 취업성공패키지를 알게 된 사연이 참 재미있는데, 바로 어린이집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막내 아이가 어린이집을 갈 나이가 되었는데,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가 없었다고 해요. 어린이집은 맞벌이 가정, 아이 둘을 한꺼번에 보내는 집 등을 우선으로 받아주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홍미란 씨가 이에 대해서 걱정을 하자, 이웃에 아이를 키우는 주민들이 취업성공패키지를 알려 주었다는 거죠. "취업성공패키지를 하게 된다면 맞벌이로 인정된다는 정보를 저에게 주더라고요. 상담만 해도 상담비가 나오고 학원을 다니는 것도 무료에 훈련비까지 나온다는 말을 들으니 당장 해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홍미란 씨는 근처의 고용센터를 찾아가 취업성공패키지 대상자인지를 확인하고,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직업훈련을 받게 됩니다. 내일배움카드제란 구직자의 능력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일정한 금액을 지원하고, 구직자는 그 금액의 범위 내에서 직업훈련에 참여하는 제도인데요. 내일배움카드 제도는 고용센터의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서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얼어붙은 취업시장, 막막한 취업의 길
취업성공패키지를 시작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힌 것은 나이와 아이들이라는 현실의 문제였다고 합니다. "상담과 교육을 받으면서 취업에도 욕심이 났어요. 제 나이가 마흔이 다 돼 가는데, 이제 저도 당당하게 일을 해 보고 싶었거든요. 고용센터 상담원은 회계·경리 분야로 추천했지만 저는 경영학을 배운 경험도 있기 때문에 법률 쪽에 더욱 관심이 갔죠." 결국 홍미란 씨가 강하게 법률 학원에 열의를 불태우자 상담원은 실제로 법률 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나이가 많은 사람을 신입으로 취업시킨 사례가 있는지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몇 군데 사무소에서 나이가 많아도 구인을 할 용의가 있다고 답변을 얻고는 법률 학원을 추천했다고 해요. "제가 원하는 법률 공부를 하기 위해 서초동에 있는 학원을 다니게 됐어요. 학원 교육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수업을 받으면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원받은 교통비와 식대, 훈련수당 덕분에 부담 없이 다닐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하지만 교육이 끝나고 난 뒤 취업을 할 수 있을까가 걱정이었죠." 학원 교육이 종료된 후 취업 시장에 뛰어 들었을 때 상담원과 홍미란 씨의 걱정은 현실이 됐습니다. 아이가 넷이 있는 나이 많은 신입을 써 주려는 회사가 나오지 않았던 거죠. 컴퓨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관련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닌 홍미란 씨가 갈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다행히 그때쯤에 경리 분야의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요, 세 군데 다 홍미란 씨를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합니다. "자신감이 조금은 생겼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분야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좀 더 다른 곳을 찾아보고 싶었죠." 홍미란 씨 역시 리서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당장 이 시점에서 그냥 할 수 있는 일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회사.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은 30분 이내, 정시 퇴근이 가능한 곳 위주로 찾았다고 해요. 고용센터 상담원 역시 근무지역, 조건, 보수까지 꼼꼼히 따져서 면접을 볼 수 있는 업체를 알선해 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과 법무사 사무실 두 군데에서 면접 제의가 왔어요. 하지만 변호사 사무실의 경우에는 아이가 넷이나 있다는 사실에 일을 잘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품었죠. 반대로 법무사 사무실에서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키웠다면 다른 일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답변해 주셨어요." 그렇게 홍미란 씨는 법무사 사무실과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홍미란 씨는 고용촉진지원금 대상자였기에 사무실에서도 함께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였지요. 처음 해 보는 일이라 모르는 일도 많고 알아야 할 일도 많았지만, 즐겁게 일을 해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내일배움카드
- 개요 : 구직자에게 일정 금액의 훈련비를 지원하는 직업능력개발계좌(내일배움카드)를 발급하여 취·창업에 필요한 직무수행능력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별 훈련이력 정보를 통합 관리하여 체계적인 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하는 제도
- 지원대상 : 고용센터 등에 구직신청을 한 만 15세 이상의 실업자, 비진학예정인 고3 재학생, 대학 졸업 예정자, 영세자영업자 등으로서 취·창업을 위한 직업능력개발 훈련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람
- 지원내용 : 계좌발급일로부터 1년간 훈련비의 20~95%를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세부 훈련과정 정보, 지원내용 등은 HRD -Net(www.hrd.go.kr)에서 확인 가능)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홍미란 씨의 취업이 결정되고 난 후,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해요. 특히 그때쯤 퇴직을 하게 된 남편의 역할이 컸다고요. "아이 아빠가 제가 취업하고 난 후 얼마 안 있어서 퇴직을 하게 됐어요. 남편이 6개월 정도 아이들을 돌보게 되었는데요, 지금까지 몰랐던 서로를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하기가 힘들었는데,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남편이 해 주는 수고했다는 말이 아주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요. 남편 역시 아이들을 돌보면서 청소와 빨래,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6개월간 근무하면 고용노동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취업성공수당 100만 원은 취업 후에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었던 상황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고 해요. "주변에서 아직 많이 도와 주고 있어요. 막내 아이 어린이집 등하교를 이웃에서 도와 주고 큰딸도 저를 대신해서 식사를 챙기기도 하죠." 이제 일을 시작한 지 8개월. 아직까지 홍미란 씨는 일을 배워 가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홍미란 씨의 상사인 법무사님이 꼼꼼하게 체크하고 알려주기 때문에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요. "이제 일을 막 시작했을 뿐이니까, 사무장까지 할 수 있을 만큼 커리어를 키우고 싶어요. 그렇게 몇 년 더 일을 해 보고 난 후에 법무사 자격증도 따고 싶고, 법원 공무원으로 진출해 보고 싶기도 합니다.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도 공부해 보고 싶어요." 다른 사람을 도와 주는 일을 계속해 보고 싶다는 홍미란 씨. 아이를 양육할 때 부딪혔던 경험으로 못할 것이 없다는 그녀는 시도를 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앞길이 막막할 때 고용노동부의 도움을 받아 보세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잘 돼 있답니다. 벼랑 끝에 몰려서 일을 하는 것보다 아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