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재테크
스스로는 똑 소리 나게 소비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면 상품권을 준다는 홍보 문구에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덜컥 구입하고, 여행지에서 돈이 남으면 아껴 썼구나 만족하기보단 여기서 다 쓰고 가야 한다는 의무감에 휩싸이곤 합니다. 왜 이런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걸까요? 그 이유를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시죠.
정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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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합리화로 인한 비합리적 소비
잘못된 착각으로 더 많은 지출을 하는 것을 ‘심리적 회계(Psychological accounting)’라고 합니다. 베스트셀러 <넛지(Nudge)>의 저자 리차드 탈러 교수가 행동 경제학에서 언급한 핵심 이론 중 하나입니다. 용어는 좀 어렵지만 사실 이런 일들은 우리 생활에서 너무나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례로 신차를 구입할 때 선루프나 내비게이션과 같은 옵션은 선뜻 결정하면서 중고차를 구입할 때는 한참 고민하곤 합니다. 신차에 대해선 모든 지출이 자동차 구입비라는 한 가지 항목으로 생각되지만 중고차에 대해서는 차량 구입비, 옵션 구입비로 따로따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집 앞의 상점에선 10만 원에 판매하는 선풍기가 십 분 정도 떨어진 상점에선 7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면 어떡하시나요? 보통은 십 분인데 얼른 가야지 할 겁니다. 그런데 300만 원에 판매되는 에어컨이 297만 원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나요? 아마도 귀찮다고 포기하고 말 것입니다. 할인 금액은 둘 다 똑같은 3만 원인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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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그 돈은 다 내 돈
자기 합리화로 인한 비합리적 소비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출 금액을 비율로 판단하는 것 때문입니다. 새 집으로 이사할 때 가구를 모두 바꾸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집값에 비해 가구값은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큰 금액을 거래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율이 작은 금액은 망각하는 것입니다. 필요 없는 지출은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또 하나, 심리적 회계에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건 바로 소비에 대한 죄책감을 줄이고자 하는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이번 달에 평소보다 식비가 줄었다는 계산이 서면 계절이 바뀌었는데 마땅한 옷이 없으니 쇼핑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곤 합니다. 식비를 저축하기보다는 다른 곳에 사용할 궁리부터 하는 거죠. 그러다가 남은 예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이미 가지고 있는 종류의 옷을 하나 더 구입하게 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은 어차피 다 나의 돈입니다. 큰 지출에 가려 작아 보이는 지출이라 해도 지출이고, 남겼으면 플러스이나 써버렸으니 결국 마이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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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항목을 현명하게 나누고 체크할 것
이와 같은 어리석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선 어떡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소비 항목을 세분화 해야 하는데요, 필수 항목과 선택 항목으로도 구분해야 합니다. 소비 항목을 크게 공과금이나 식비, 교통비 등의 필수 항목과 의류비나 여행비 등의 선택 항목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각 항목별로 소비를 하되 특정 항목에서 예산이 남으면 절대 다른 항목으로 이관하지 않아야 합니다. 남는 금액은 따로 항목을 만들어 저축하는 것이죠. 한편, 각 항목별 금액은 일주일 단위로 체크해야 합리적인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꼼꼼하게 소비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여기서 꼭 기억할 점은 단 하나입니다. 내 계좌 안에 차곡차곡 쌓인 돈은 매달 힘들게 일해서 번 노동의 대가이니 허투루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