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힘
금형설계 분야에서 45년을 종사해온 하광운 대표의 이력은 흥미롭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16세의 나이에 양복점 사장님이 되어 학업과 사업을 동시에 병행한 하광운 대표는 그만큼 치열한 삶을 살아온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16세의 양복점 사장님에서 66세인 지금, 기능한국인으로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의 대표가 된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글 한경희 / 사진 스튜디오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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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가장의 역할, 뚝심으로 버티다
하광운 대표는 1985년 현대전주금형을 창업하고 국내 최초의 금형전주코어를 개발하는 한편, 세계 최초의 무인쇄 도광판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LCD-BLU(Back-Light Unit) 양산으로 규모를 키우며 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2001년 상호를 레이젠㈜으로 변경하고 코스닥시장에 상장(2016년 경영권 매각)했으며, 2010년 ㈜레이젠 금형사업부에서 분할 설립한 기업 레이몰드㈜를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ER-MOLD(친환경 무도장 Weldless 금형; 전열을 이용해 300도까지 금형 표면을 가열해 균일하게 한 후 약 30초 시점에 15도로 냉각시키는 초고온 금형 온도제어 기술)를 개발하는 등 고유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해가고 있는데요,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어릴 적부터 내로라하는 집념과 뚝심을 가졌던 하광운 대표의 뚝심 리더심이 한몫 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내외부의 환경에도 부화내동 하지 않고 목표한 바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여 마침내는 목표에 이르는 집념, 그것이 지금의 하광운 대표, 그리고 레이몰드㈜를 있게 한 힘입니다.“강원도 고성군 거진에서 2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어요. 시내에서 양복점을 운영하시던 아버지를 어릴 적부터 도왔습니다. 재봉틀도 다룰 줄 알았고요. 그러다 고1 때 아버지가 혈압으 로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덜컥 제가 양복점을 맡게 됐어요. 제가 안 하면 아무도 할 사람이 없었죠. 그렇게 16살의 나이에 양복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상업계고등학교를 다녔던 하광운 대표는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작은아버지와 상의하다 성적이 좋으면 기술을 배우며 장학금도 받으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말에 졸업 후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정밀기계과로 진학하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재봉틀이 잘 다뤘고 재봉틀이 고장 나면 손수 고쳤을 만큼 손재주가 좋았지만 생소한 기술 용어가 걸림돌이었습니다. 3시간을 넘게 자본 적이 없을 만큼 공부에 매달렸고, 그 결과 대학 역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절박함의 주경야독,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다
학교에 다니며 양복점을 운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1년에 50~60일을 결석해야 했고 공부할 시간이 없어 주경야독해야 했지만 성적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해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습니다. 하광운 대표는 그 시절 절박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절박함이 그러한 집념과 끈기를 만들었나 봅니다. 상황이 너무 절실하니 초인적인 힘이 나오더군요. 이러한 절박함과 죽을 각오로 노력한 경험은 인생을 살면서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노력해보지 않은 사람과는 분명 차이가 있지요.”
대기업 입사,
스스로의 실력을 쌓아가다
성적이 우수했던 덕분에 하광운 대표는 학교 추천을 받아 당시 10대 그룹이자 재계 6위였던 대한전선 금형설계팀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삼성전자, 금성전자와 함께 선두그룹에 있던 대기업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은 하광운 대표는 기술 개발과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곳은 없는지에 늘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설계에 매진했습니다. 그 결과 여러 분야의 설계 기술력을 두루 갖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명문대 출신이 대부분이었던 회사에서 전문대학 출신인 하광운 대표는 차별을 겪었습니다. 당시 대한전선에 비해 명문대 출신 기술자 비율은 적었지만 더 큰 매출을 기록하던 LG전자(당시 금성전자)에 관심을 가졌던 하광운 대표는 1기 경력 공채로 회사를 옮기며 LG전자 오디오사업부 제품설계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66세 기술인, 16세 소년사장의
뚝심으로 나아가다
하광운 대표는 그곳에서 신입사원 교육에 사용할 약 100페이지 분량의 설계 교본을 만들기도 하고, 제품 설계자로서 제품의 기술적 특징과 장점들을 영업사원들에게 설명해주어 매출을 올리는 등 실력과 성실함을 인정받았지만 그곳에서 역시 학력에서 오는 진급의 한계를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광운 대표는 회사를 나와 기술이 힘이 되고 경쟁력이 되는 회사를 만들고자 창업하기에 이릅니다. 하광운 대표는 자신에게 그랬듯 직원들 스스로의 실력 향상을 늘 강조합니다.
“재직자 훈련을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임원 출신의 고문을 영입하여 임직원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경험과 지식이 많은 고문의 지도와 조언은 실제 업무에서 임직원의 실력 향상과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부터 시작되는 일과 학습 병행의 도제학교를 운영하고, 고숙련일학습병행제인 P-TECH를 통해 주중에는 회사, 토요일은 학교 수업을 통해 학위를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도전하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는 하광운 대표는 자신의 목표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5년 전 도입한 스마트공장을 더욱 시스템화하여 견고히 완성하고 싶다는 그 목표를 향해 16세 양복점 소년사장이 가졌던 뚝심으로 한 발 한 발 우직하게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