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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타이틀이미지 꽃씨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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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직업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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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통 물통 구멍이 뚫어졌을 때 얼른 땜장이한테 주지 못해서 물이 샌다고 버려둘 수는 없으니 쇠단추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 1935년 5월 23일 동아일보

손쉽게 물건을 버리고 새로 살 수 있는 요즘이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사용하다 구멍이 난 솥이나 냄비, 세숫대야는 결코 쉽게 버려지지 않았습니다. 더 메울 구멍이 없을 때까지 메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요. 땜장이가 마을 어귀에 나타나는 날이면 집집마다 구멍 난 세간살이를 들고 반기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 시절 최고의 용접공, 땜장이를 소개합니다.
정리 편집부


  • 그 시절 최고의 ‘금손’ 등장이오

    “빠께스를 녹슬어 못쓰게 하는 것은 주부의 수치입니다.” 1935년 9월 동아일보에 실린 사설의 한 대목입니다. 그 당시 신문에는 늘 땜장이 없이도 각종 세간살이를 때워 쓰는 방법이 실리곤 했지요. 불에 타 못 쓰게 된 냄비를 그냥 버리는 일이 큰 낭비처럼 여겨지던 시절입니다.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솥 때워요” 하는 외침과 함께 등장하던 땜장이의 인기도 대단했습니다. 금이 가거나 뚫어진 그릇을 때우는 일을 업으로 삼는 땜장이는 절약이 몸에 밴 옛 시절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반갑고 귀한 손님이었습니다. 단단하고 두꺼운 무쇠 솥에서부터 양은 냄비에 이르기까지. 풀무와 화로, 땜인두만 있으면 못 고치는 물건이 없었지요.

  • 장인정신이 담긴 땜장이의 기술

    땜장이가 물건을 뚝딱 때우는 모습은 마을 어린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재미있는 눈요기였습니다. 때워야 할 물건도 요강에서부터 세숫대야, 냄비, 주전자에 이르기까지 모양과 재질도 저마다 다양해서 이번엔 또 어떻게 감쪽같이 고쳐낼지 기대감이 가득했지요. 넓고 평평한 터에 자리를 잡은 땜장이는 고쳐야 할 물건을 이리저리 살펴본 후 준비한 땜납을 뚫어진 구멍에 맞추고 인두로 녹였습니다. 그리고 구멍이 막히면 납이 평평해지도록 망치로 수없이 두드려 표면을 평평하게 만들었죠. 일이 끝나면 땜질한 곳에 된장을 발라 문질렀는데요. 된장을 바르면 납의 표면이 산화되지 않고 오랫동안 반짝반짝했다고 합니다.


  • 경제발전과 함께 역사 속으로

    땜장이가 어느 시점에 사라졌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집집마다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더는 냄비를 구멍 날 때까지 사용하는 일이 점차 사라졌고, 땜장이를 찾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었죠.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공업 분야의 발전과 함께 땜장이 대신 용접공이 인기 직종으로 떠올랐습니다.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땜장이의 역할도 동네 철물점으로 옮겨갔습니다. 지금도 곳곳에 대장간이 남아있지만 그릇이나 주전자, 냄비를 때우는 풍경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구멍 나버린 냄비나 그릇을 때우고 또 때워 사용해야 했지만 넉넉지 않은 세간살이가 결코 부끄럽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땜장이의 인기는 절약이 몸에 배어있던 옛사람들의 현명한 소비습관이 만들어낸 직업이었지요. 땜장이에서 용접공으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쇠붙이를 두드려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기술의 가치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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