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세상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착하지만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엘에이알(LAR)의 결은 다릅니다. 친환경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진부함 속에서 패션 감각을 완벽하게 장착했으니 말입니다.
글 강진우 / 사진 이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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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신발로 지구를 지킨다
우리는 늘 자연보호를 고려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친환경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닙니다. 아무리 친환경성을 높인 제품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불편하거나, 멋이 없거나, 기능성이 떨어진다면 사람들이 구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옷‧신발‧가방과 같은 패션 아이템일수록 이러한 경향성이 두드러지죠.
엘에이알(LAR)의 신발은 깔끔하지만, 트렌디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표현하자면 ‘단순함의 미학’이랄까요? 신어보면 푹신푹신한 게 발바닥을 잘 받쳐 주고, 방수‧방오 등의 기능성을 갖춘 데다가, 오래 걸어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신발을 만드는 재료 대부분이 친환경 소재라는 사실입니다.“신발 제작에 사용된 가죽은 각종 제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가죽을 분쇄해 만든 재생가죽입니다. 한 켤레 분량의 신발끈을 만드는 원사는 500ml 페트병 한 개로 만들었죠. 나무의 건강한 생장을 위해 벗겨내는 코르크 껍질과 천연 고무나무 원액으로 깔창을 만들었고, 신발 밑쪽을 감싸는 아웃솔(Outsole)은 4개월 이내에 88%가 생분해되는 소재입니다.”
엘에이알이 처음부터 친환경 소재로 중무장한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재생가죽에서 시작해 하나씩 품목을 넓혀가기 시작했고, 올 4월 아시아 최초의 100% 친환경 신발 시리즈 ‘LAR EARTH’와 ‘LAR OCEAN’을 출시했습니다. ‘지구’와 ‘바다’를 이름으로 삼은 이 신발들은 멋과 함께 환경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 설립된 기업
LAR은 ‘Look Around’의 약자입니다. ‘항상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죠. 엘에이알을 이끄는 계효석 대표는 “우리의 목적은 이윤 추구에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대신 회사가 만든 패션 아이템을 통해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에 대해 느끼고, 이를 일상에서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이렇듯 독특하면서도 쉬이 따라하기 힘든 엘에이알의 비전은 계효석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됐습니다. 미국 유학길에 올라 패션을 공부하던 그는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근처의 산과 바다를 오가며 큰 위안을 얻었는데요. 유학 후 한국에서 생활하던 중 우연히 떠난 동남아 지역 봉사활동에서 그는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합니다. 가난과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고난과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있었던 겁니다. 이들을 보는 순간 미국 유학시절의 자신을 떠올린 계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이웃들과 자연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고, 패션과 친환경 소재의 접목을 통해 그 의미와 가치를 널리 퍼트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엘에이알은 2017년 4월,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친환경 소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우연히 지인이 재생가죽으로 가방을 만드는 모습을 봤고, 이때부터 기존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하나둘씩 찾기 시작한 겁니다. 이런 와중에 코르크 껍질을 활용한 깔창 제조법과 디자인에 대한 특허 2건을 출원하기도 했죠. 다행히 많은 분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큰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고, 2018년에는 환경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도 선정됐습니다.”
‘글로벌 친환경 패션 사회적기업’을 지향하다
엘에이알의 주변 돌아보기는 친환경 소재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한 켤레당 5천 원을 보육원에 기부하는데, 기부자명에 구매 고객들의 이름을 올립니다. 엘에이알 신발을 구매하면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을 위해 기부도 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조금이라도 더 퍼질 수 있도록 하려는 계효석 대표의 마음이 물씬 느껴집니다.
“저도 얼마 전까지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둘러보면서 함께 사는 삶이 더욱 값지다는 것을 깨달았고, 미약한 힘이나마 물질만능사회를 바꾸는 데 보태야겠다고 다짐했죠. 이런 생각으로 사업을 벌이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한 주변에서 되려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더군요. 덕분에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엘에이알은 최근 다양한 패션 아이템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가방 ‘LAR PAPER’은 3월 30일부터 크라우드펀딩에 돌입했고, 9월에는 과테말라 천연고무로 만든 런닝화 시리즈 ‘LAR FOREST’를 출시할 예정이죠. 재활용 울로 짠 니트도 가을께에 내놓을 계획입니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에 갇혀 촌스럽고 질이 낮은 제품을 개발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오히려 친환경이기 때문에 멋과 기능성이 더욱 빛나는 패션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것이 엘에이알의 목표입니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친환경 패션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해서, 보다 나은 세상을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