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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타이틀이미지 꽃씨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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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프로젝트

물건의 일생은 사람 손에 달렸습니다. 물건은 누군가에 의해 버려지거나 소각되기 때문이지요. 제품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오늘날, 금자동이 박준성 대표는 한물간 장난감의 쓸모에 주목합니다. 버려진 장난감에 사회적 가치를 더해 새로운 생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공유와 업사이클링을 통해 사회를 이롭게 하는 금자동이를 찾았습니다.
[글 김주희 사진 김정호]

장난감에 가치를 덧입히다

서울시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안에 둥지를 튼 금자동이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건물 앞뜰에는 버려진 장난감으로 재탄생한 예술 작품이 즐비하고 매장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장난감과 유아용품이 가득합니다. 한쪽에는 분해한 장난감 요소요소로 조립한 새로운 장난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쓰레기통으로 가기 직전의 장난감에 아이디어를 더하고 가치를 보태는 곳, 버려지는 장난감의 위대한 반전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금자동이는 장난감과 유아용품을 공유·재활용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장난감의 양이 한 해 평균 250만 톤이에요. 장난감을 소형 복합 플라스틱 폐기물이라고 하는데, 딱딱한 소재의 여러 가지 복합물질로 이루어져 거의 재활용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50~100개에 이르는 나사와 모터 등도 포함돼 있는데,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됩니다. 매립된 플라스틱은 각종 환경문제를 야기하지요.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나 대안이 없는 실정입니다. 금자동이는 버려지는 장난감으로 인한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미션으로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박준성 대표가 버려진 물건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지난 1998년. 400만 원의 사업 자금으로 옷 수선가게 안에 4평짜리 공간을 빌려 중고 유모차를 판매한 것이 출발이었습니다. 유모차 10대를 팔아 하루 만에 100만 원을 벌었습니다. 4평으로 시작한 가게는 점차 규모가 커졌고 금자동이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가 인정받으면서 2013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업사이클링은 곧 치유

금자동이의 주요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공유 매장 운영과 장난감학교 쓸모 운영입니다. 장난감을 재활용해 판매 가능한 것은 중고품으로 판매하고, 팔지 못하는 것은 색깔별, 부품별로 분류해 교육 프로그램에 사용합니다. 장난감학교 쓸모는 망가진 장난감을 이용해 자신의 작품을 만들거나 기부를 통해 나눔의 기쁨을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중고품으로도 판매할 수 없는 장난감은 더 이상 갈 데가 없습니다. 장난감학교 쓸모는 폐장난감의 마지막 종착지인 셈이지요. 장난감을 분해해 수천, 수만 가지의 부품으로 분류하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장난감을 만드는 교육입니다. 버려지는 장난감을 재활용하는 자원순환을 몸소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거죠." 10여 년 전 처음 시작된 장난감학교 쓸모는 의미 깊으면서도 신선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지금까지 장난감학교 쓸모에 다녀간 이는 15만 명에 이릅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청소년, 노인,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며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박준성 대표는 지속적으로 수업 내용을 개발하는 것에서 나아가 전문 교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장난감학교 쓸모가 더욱 널리 확대돼 많은 이들이 환경문제를 바로 보고 자원순환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주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수업은 하나의 치유 과정이에요. 그 어떤 설명서도, 정해진 틀도 없습니다.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진행됩니다. '작은 조각을 붙여서 자신을 표현해 보세요.', '머릿속에 생각한 걸 장난감으로 완성해 보세요.'라고 말하지요. 사람들 대부분은 정해진 틀 속에서 강요당하며 살아왔잖아요. 자신을 표현하는 프로그램 자체가 위안과 치유가 되는 거예요. 수업에 참여한 이들은 버려진 물건이 재탄생되는 과정을 통해 행복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공유의 가치를 널리 전파하다

금자동이의 공유 매장은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금자동이를 신문이나 방송 매체에서 접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파트너가 된 것입니다. 전국에 협동조합식 프랜차이즈인 금자동이를 20개나 내 줄 정도였지요. 이때 박준성 대표는 그간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한 사업지침서를 비롯해 기업의 C.I와 B.I를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기업의 이윤보다 사회적 가치 추구를 중시하는 박준성 대표의 굳건한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박준성 대표는 장난감을 단순히 상업적 측면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른 의미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대상관계이론학자 '위니캇'에 따르면 장난감은 부모와 아이를 처음으로 분리시켜 주는 중간대상입니다. 아이가 부모라는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인형, 장난감이 중간 세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장난감을 제대로 가지고 논 아이들은 부모와 분리가 쉽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 또한 장난감을 보면서 정겹고 따스한 기억을 떠올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람들 대부분이 장난감과 함께 자라왔기 때문에 장난감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동력을 부여받습니다." 사회적경제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장난감은 무형의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입니다 박준성 대표의 이러한 신념은 자연스레 기부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장난감이 '물건'을 넘어 누군가의 생에 희망과 꿈을 공유하는 매개체가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신문에서 어떤 기사를 읽었어요. 시리아 내전 중 집이 폭격된 아이에게 기자가 지금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질문을 했더니 '나는 지금 장난감이 갖고 싶어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이의 마음이 순수하게 느껴지면서도 참 가슴이 아팠지요. 우리 사회는 장난감이 넘쳐나는데, 지구 반대편에서는 장난감이 밥이나 빵보다 귀한 존재였던 거예요. 장난감의 중요한 역할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상태가 좋은 장난감을 선별해 시리아 난민학교로 보내곤 합니다. 총이나 칼 등 폭력적인 장난감을 피하는 건 당연하고요."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품고 한 걸음 앞으로

박준성 대표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소신도 밝혔습니다.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공공기관에서 사회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무형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잣대를 마련하고 적절한 평가를 통해 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사회적기업가에 전하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사회적기업은 고유의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소재나 아이템을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운동성이 있어야 하지요. 사회적기업의 행위 하나하나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부여한다는 상징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활동들에 자부심을 갖는 것이야말로 사회적기업가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는 성찰과 학습을 통해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살폈으면 합니다. 모두 어려운 조건에서 사업을 하지만 '우리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이 일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질문하면 기업을 이끄는 힘이 될 것입니다." 금자동이가 문을 연 지 어느덧 20여 년. 박준성 대표는 또 하나의 꿈을 품었습니다. 전문적으로 장난감을 재활용하는 단지를 조성하는 일이 그것입니다. 장난감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공간이 단순히 재활용 공장을 넘어 하나의 관광 단지로 탈바꿈하길 바랍니다. 장난감 재활용이 관광 콘텐츠가 되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기부와 공유가 자연스레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중고 유모차를 팔던 청년에서 진정한 공유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이를 사회적 가치로 창출한 박준성 대표. 그가 공유하는 장난감이야말로 우리가 까맣게 잊고 지내던 진짜 명품이 아닐까요. 한층 더 좋은 사회를 위해 전진하는 금자동이의 앞날에 응원을 보냅니다.

사회적기업 지원

  • 사회적 기업: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재화·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비영리법인 포함)
  • 지원내용: 경영컨설팅 및 전문인력채용 지원, 인건비 지원, 시설·운영비 대부, 공공기관 우선구매, 세제 감면 등
  • 사회적기업 인증요건, 자세한 지원내용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홈페이지(www.socialenterprise.or.kr)에서 확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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