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만능
웃는 얼굴이 해맑습니다.
청년이라고 불리기에는 아주 어린 소년 같은 외모인데 자신의 앞날을 얘기하는 목소리에는 힘이 서려 있습니다.
일찌감치 자신의 적성을 깨닫고 길을 찾아 아름다운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아부다비에서 열렸던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냉동기술 부문 금상에 빛나는 채승우 씨의 이야기입니다.
[글 노혜진 사진 이지수]
냉동기술의 메카에서 냉동기술을 접하다
채승우 씨는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보다는 좋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 당시 집 근처에 있는 산본공업고등학교로 가게 되었다고 해요.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전기과로 들어갔어요. 전기과에서 냉동기술을 배우게 되는데요, 거기에 흥미를 느꼈죠. 알고 보니 우리 학교가 냉동기술을 처음으로 가르치기 시작한 곳이었더라고요. 정말 운이 좋게 체계적으로 냉동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어요." 냉동기술은 채승우 씨에게는 참 잘 맞았다고 합니다. 손재주가 있었던 채승우 씨는 냉동기술을 접한 1학년 때부터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것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애를 썼다고 해요.
어린 나이에 출전한 기능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채승우 씨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기능대회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선배들이 기능대회를 준비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봐 왔기 때문이라고 해요. 대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분야가 있는지에 대해서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지방기능대회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지방대회에서 기계고장수리를 수행하고 있는데 심사위원이 저한테 '너는 지적할 게 하나도 없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자신감이 붙었죠." 채승우 씨는 자신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기록을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매일 날짜를 써서 그날그날 있었던 일과 부족한 점을 적어 놓고 그 부분을 복습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고쳐 나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기록한 노트만 8권이에요. 노트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일기처럼 제 감정을 적어 놓기도 하고 제가 깨달은 기술을 적어 놓기도 해요. 이 기록은 분명히 나중에 저에게 큰 재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노력을 한 덕분일까요. 채승우 씨는 지방대회에서 우승을 한 후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1, 2차전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여 무난히 국가대표 자격증도 획득했죠. "저희 선생님이 국가대표를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셨는데요,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나기 전에 국가대표 제자를 배출하게 되었다며 기뻐해 주셨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4개월의 합숙훈련, 4일간의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채승우 씨가 전국대회 우승을 하고 난 후 현재의 회사인 삼성중공업에서 채승우 씨에게 입사 제의를 해 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회사의 지원을 받으며 채승우 씨는 국제대회 준비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국제대회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했던 많은 재료들이 필요했어요. 저의 주종목인 냉동기술은 특히 재료가 많이 필요한 직종이거든요. 그런 부분을 회사에서 빠르게 지원을 해 주시더라고요. 재료 수급이나 장비의 부족함이 없이 연습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좋았습니다." 국제기능올림픽에 참여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합숙은 3월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채승우 씨는 회사에서 조금 더 훈련을 한 후, 회사 동기 3명과 함께 6월부터 합류를 했다고 합니다. 대회가 있었던 10월까지 총 4개월의 합숙훈련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번 연도에 국제기능올림픽이 다른 해보다 조금 늦어지면서 합숙기간도 길어졌다고 하네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지도위원님과 국제지도위원님 두 분이 저를 봐 주셨는데, 항상 옆에서 저를 가르쳐 주셨어요. 배운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배웠을 때는 실무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었는데, 경력이 30년이 넘는 분이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가르쳐 주시니까 이론과 실제가 어떻게 다른지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지도위원들은 채승우 씨를 정말 꼼꼼하게 가르쳐 주었다고 하는데요, 채승우 씨가 경남 거제에 있는 삼성중공업에 있을 때는 2주에 한 번씩 방문하였고, 합숙훈련을 위해 인천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에 오고 나서는 거의 매일 방문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했다고 합니다. "4개월 동안 열심히 노력했지만 어느 날은 잘 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잘 안 되기도 했어요. 그래도 최선을 다하면 잘 될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연습에 임했죠."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냉동기술은 4일에 걸쳐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A(주어진 도면 치수로 용기 제작), B(배관 전기 설치 및 운전), C(고장 원인 찾기)로 이루어졌는데요, A 3시간, B 14시간, C 3시간으로 진행되었다고 해요.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대회 4일 동안에 4kg이 빠졌어요. 그래도 점점 완성이 되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제 기준으로는 실수가 없었거든요. 못해도 2, 3등은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조금은 있었죠."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초조했다는 채승우 씨. 금메달로 호명되는 순간, 냉동기술을 처음 배웠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지난 5년과 지원해 준 회사에 대한 고마운 감정이 휘몰아쳤다고 합니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상을 받는 단상에서 절까지 했다고 해요. "상을 받았을 때가 한국 시간으로 새벽 2시경이었는데, 저희 가족들도 아무도 자지 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 연락이 바로 오더라고요. 냉동기술을 처음 배울 때 난 최고가 될 거야. 국가대표도 될 거고, 세계 1등도 할 거야 생각했는데 꿈이 이뤄진 기분이 들었어요."
회사원으로 돌아가 진짜 최고 기술자가 되기까지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채승우 씨는 회사에서 3주간의 포상 휴가를 받았습니다. 국회의사당과 청와대도 초청을 받아서 방문할 예정이라고 해요. "앞으로 계획은 많아요. 10년 동안 외국어 2개 정도는 꼭 마스터 해 보고 싶고요. 운동도 시작해서 체력도 단련하고 싶어요. 기능경기를 준비하면서 술도 한 번 마시지 못했는데 친구들과 마음껏 치킨에 맥주도 마셔 보고 싶어요." 채승우 씨는 자신을 가르쳐 준 국제지도위원님처럼 존경 받는 기술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는데요, 후배를 양성하고 냉동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롤 모델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삼성중공업 기술연수원 소속이었는데, 휴가가 끝나면 다른 부서로 가게 될 거예요. 새로운 부서로 발령을 받는다고 하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합니다. 어디를 가든 열심히하려고요." 냉동기술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에어컨, 냉장고, 공조기 등에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앞으로 수요가 더욱 많아질 거라고 말하는 채승우 씨.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기술을 처음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냉동기술도 고려해 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어요. 채승우 씨는 이제 21세입니다.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은 꿈을 꿀 나이인데요, 자신의 길을 일찌감치 찾아 망설임 없이 나가는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채승우 씨가 냉동기술의 최고 기술자가 되는 날을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