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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을 단절하다

단정한 얼굴에 인자한 웃음을 띠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군인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푸근하고 선한 인상의 소유자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황용운 씨는 30여 년 동안 몸담아 왔던 군대에서 전역하고 난 후 다시금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적성을 살린 새로운 직업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글 노혜진 사진 윤상영]

군인으로서 30년

황용운 씨는 7남매의 막내로 자랐다고 합니다. 누님이 4명, 형님이 2명인 환경에서 어머니처럼 돌봐 주는 누님과 장난기 가득한 형님들에게 귀여움과 사랑을 한껏 받으면서 성장했다고 해요. "예쁘다 예쁘다 해 주다 보니 솔직히 말해서 버릇은 좀 없이 자랐어요. 그러다가 21세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게 되는데요, 이렇게 만난 인연이 군대에서의 삶과 이후의 제 인생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 주었죠." 황용운 씨는 군대와 우연히 인연이 닿게 되어 직업 군인으로 자신의 삶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30년 동안 군인으로서 성실하게 복무를 해 왔죠. "군인으로서의 생활은 저와 생각보다 잘 맞았어요. 전방 근무를 하는 것도 큰 스트레스 없이 잘 지냈죠."

희망을 품고 찾아간 고용센터

전역을 하고 난 후 1년 동안 황용운 씨는 여유 시간을 즐겼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여행도 다녀오고 피곤한 몸도 회복하는데 주력했다고 해요. "30년 이상을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데 익숙해져 있었어요. 아침에 일어나 맨손체조로 하루를 시작하고 빈틈없는 하루 스케줄을 소화했는데, 이 모든 것이 없어지니까 막막해졌어요. 무언가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황용운 씨는 무언가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제대 군인 센터를 통해 전기 분야를 공부하고 소일거리도 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계획하고 보냈다고 합니다. "좀 더 노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는 게 맞는 표현일 거 같아요. 출퇴근을 하면서 제 손으로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죠." 그러던 어느 날 황용운 씨는 지하철 광고물을 통해 고용센터를 알게 됩니다. 당시 도움을 받고 있던 제대 군인 센터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고민했던 황용운 씨는 지인에게도 고용센터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추천을 받게 되죠. "제대 군인 센터와 고용센터가 많이 다를 거라는 걱정 때문에 찾아가는 걸 자꾸 미뤘어요. 몇 달을 망설였죠." 그런 자신의 모습이 마치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디딘 사회 초년생 같아 보였다는 황용운 씨. 주저하고만 있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고용센터를 방문합니다. "고용센터는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어요. 상담사들은 친절하게 상담에 응해 주었고, 제 말을 귀담아 듣고는 무슨 일이 좋을지, 어떤 일이 적성에 맞을지를 같이 고민해 주었습니다." 황용운 씨는 노년에도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 장례지도사 교육 과정에 도전을 했다고 해요.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면서 구직활동이 쉽지 않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장례지도사를 포기하고 초등학교 배움터지킴이, 산불감시 등 여러 가지 일에 도전했지만 전문적인 일이 아니다 보니 보람을 느끼기는 어려웠다고 해요. 이에 황용운 씨는 다시 한번 고용센터를 찾아갑니다. "상담사가 다시 추천해 준 건 요양보호사였어요. 저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며 살았던 경험도 있었고 빠른 속도로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 미래에도 전망이 밝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양보호사로 시작한 제 2의 인생

황용운 씨는 취업성공패키지를 신청하게 됩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 가운데 황용운 씨의 나이가 가장 많았다고 해요. 남들의 이목이 신경 쓰였지만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보겠다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열심히 임했습니다. "요양보호사를 추천 받았지만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는데요, 직업 상담을 거치면서 제 적성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직업으로 인해 내가 어떻게 제2의 인생을 설계하게 되는지 차근차근 알 수 있었죠."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황용운 씨가 취업전선에 뛰어들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다름 아닌 '나이'라고 합니다. "체력은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60이 넘은 나이가 마음에 걸렸죠. 아내도 제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공부하겠다는 말을 하니 남들 은퇴할 나이에 공부해서 취직은 할 수 있겠냐는 말을 했거든요." 고용센터의 상담사가 황용운 씨에게 맞는 일자리를 열심히 주선한 결과 황용운 씨는 요양원에 취업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을 직접 해 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해요. 장애등급을 받은 사람과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등이 다양하게 있었기에 자잘한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해요. "낮에 출퇴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곳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죠. 자꾸만 제 나이가 걸렸는데요, 제가 면접을 보러 갔던 병원에서 '체력이 허락하는 한 오래 다닐 수 있다면 나이는 상관없다.'라는 말을 하셨어요. 그곳에 취업을 할 수 있었죠

봉사하는 마음으로 계속 일하고 싶어

황용운 씨는 현재 알코올치료 전문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낮 근무와 밤 근무를 번갈아가면서 하고 있는데요, 알코올 중독자들이 오는 곳이다 보니 힘든 점도 많지만 보람을 느끼며 일을 한다고 해요. "처음에 전역하고 난 후 다시 직업을 갖겠다고 했을 때 딸들이 정말 크게 반대를 했어요. 용돈이 부족하면 자기들이 준다는 소리까지 할 정도였죠. 그래도 제 손으로 돈을 벌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입니다." 환자들과 대화를 자주 하다 보면 꽁꽁 닫혀 있던 환자들의 마음이 녹아 내리는 것도 볼 수 있다는 황용운 씨. 많은 사람들을 접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요즘이 참 행복하다고 합니다.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은 봉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내 가족, 내 사람들이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다 보면 힘든 것도 잊을 수 있고, 일에 더욱 보람도 생기거든요. 일을 하는 시간 내내 봉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황용운 씨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는 배식이나 목욕 봉사 등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말을 하는 황용운 씨. 다시 뛰기 시작하는 황용운 씨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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