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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타이틀이미지 꽃씨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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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서브타이틀이미지 꽃씨 심다

정년을 앞두고 ‘이제 사회적 쓰임이 다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는다면 단연코 유성령 씨를 만나야 합니다. 21년 영업맨 경력을 던져버리고, 기술맨으로 새로운 인생을 써내려가기 시작한 그의 인생에 ‘마침표’를 찍기는 아직 이릅니다.
글 염세권 | 사진 박찬혁

  • 실직의 기로에 선, 34살 최연소 지점장

    강원도 원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도보로 5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오키드호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로비에 들어서니 중년의 남성이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전기, 승강기, 소방시설 등 호텔에 있는 시설 전체를 관리하는 시설팀장 유성령 씨입니다. 전문지식 없이는 유지조차 어려운 시설관리업무를 21년간 영업맨으로 살아왔다는 그가 하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요. 그 비결에는 직장을 잃고 헤매던 시절 취득한 자격증이 있습니다. 이보다 앞선 배경에는 위태로웠던 지난날도 있죠.

    “대학졸업 후 대우전자에 입사해 가전대리점 영업담당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대우전자 국내영업이 하이마트로 넘어 간 후에는 하이마크 소속으로 영업일을 계속했고요. 사람들 대면하는 일이 저와 잘 맞았죠. 그렇게 필드 영업으로 21년을 일했는데요. 50대에 들어서니까 은근히 불안해지더라고요. 승강기 유지관리를 해주는 회사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회사 설립을 목표로 큰 결심을 하게 된 그는 경험삼아 곧장 승강기 회사에 취직해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개정으로 사업자등록 기준이 강화되면서 설립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죠.

    “이전에는 1인이 사업자를 낼 수 있었는데, 법률이 바뀌면서 최소 8명의 기술인력을 갖춰야 했어요. 안전을 위한 법안이었지만, 사업을 계획하던 제게는 막다른 길처럼 느껴졌죠. 실제로 당시 많은 소규모 회사들이 큰 회사에 흡수되거나 아예 사라지는 경우들도 많았고요.”

    회사 설립을 목적으로 다녔던 승강기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없어, 잠시 보험업에 몸담았지만 역시 70세 이상까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직. 34살에 최연소 지점장이 되었던 그가, 사내외에서 상도 많이 받아 해외연수도 자주 다녀왔던 그가, 별안간 실직을 하리라곤 그조차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3개월만의 자격증 취득 퍼레이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날들이 시작됐지만, 회사를 설립하고자 했던 계기가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였음을 그는 잊지 않았습니다.

“계획이 틀어지긴 했지만 기술로 먹고 살고자 도모한 일이니, 자격증 공부라도 일단 시작하자고 마음먹었어요. 관련 서적을 보며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러던 어느 날, 한국폴리텍대학에서 에너지관리 국비지원과정을 운영한다는 현수막을 보게 되었습니다. 평생 영업직에 익숙했던 터라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폴리텍대학 내부에 갖춰진 작업장은 자격증 실기시험을 준비하기에 적격했습니다. 덕분에 교육과정에 등록한 후 3개월간 취득한 자격증만 여러 개에 달했죠. 자격증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해냈다’는 보람이 쌓였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습니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알기 전까지는 말이죠.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제가 다니던 폴리텍대학에 설명회를 왔더라고요. 중장년 취업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지원내용이 믿음직스러웠습니다. 심지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작성 등 실질적인 내용도 도움을 받을 수 있더라고요. 열심히만 준비하면 재취업도 문제없겠다 싶어, 이때부터 용기를 얻었던 것 같아요. 각종 자격증 취득에도 더 집중할 수 있었고요.”



아직 멈추지 않은 꿈

승강기기능사, 전기기능사, 에너지관리기능사, 소방안전관리자 1급, 온수온돌기능사, 타일기능사 등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믿고 집중한 결과, 그가 취득한 자격증은 분야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준비가 탄탄한 만큼 취업의 문도 자연스레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오픈을 앞두고 있던 오키드호텔 측에서 그의 이력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실전 경험은 없었지만 단기간에 이만큼 준비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라면, 분명 책임감이 막중할 것이라는 게 호텔 측의 의견이었습니다.
호텔이 완공되기도 전, 덜컥 시설관리 책임자로 채용된 유성령 씨는 매일같이 회사로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건설 과정을 직접 확인함으로써 앞으로 시설관리를 어떻게 해야할 지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죠. 하지만 유성령 씨는 아직도 목이 마르다고 말합니다.

“퇴근 후에도 하루 3시간씩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기술의 매력은 아무래도 ‘알면 알수록 자꾸만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관장하는 진짜 기술자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하면 한다’는 끈기와 집념. ‘여전히 늦지 않았다’는 용기. ‘아직도 배우겠다’는 열망. 그를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의 온갖 단어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오키드호텔 기계실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환영합니다


  • 처음 뵈었을 때부터 책임감이 무척 강한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고민도 하지 않고 30분 만에 채용을 결정했습니다. 함께 일하면서 든 생각은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좀 있군’이었고요(웃음). 이렇게 좋은 분과 함께 회사의 앞날을 도모할 수 있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와 오래오래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키드호텔 백도현 대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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