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프로젝트
무릇 좋은 문화란 시대를 초월하게 마련입니다. 재빨리 소비되는 문화가 주목받는 오늘날, 우리 전통문화를 전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전통공예품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고,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확대를 이끄는 사회적기업 마인드디자인입니다. 우리네 삶과 전통문화의 가치 있는 '공존'을 꿈꾸는 마인드디자인 김민지 대표를 만났습니다.
[글 김주희 사진 윤상영]
전통문화 진가에 주목하다
'전통문화의 일상화'. 마인드디자인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선명합니다. 소외되거나 점차 사라져가는 전통문화가 일상생활에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녹아들 수 있도록 고민합니다. 전통문화를 색다른 시선으로 기획·디자인하는 사업을 통해 전통문화의 산업화를 이끌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역할을 합니다. "전통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합니다. 특히 전통문화를 산업화하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가진 한정적인 전통문화 사업의 저변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소외된 우리 문화를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김민지 대표는 불교를 전통문화의 중심축으로 꼽습니다. 전통문화가 가장 많이 활성화된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전통문화 중 대다수의 문화유산이 불교 사찰에 속해 있습니다. 사찰은 전통적인 생활상을 꾸준히 이어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사찰은 한옥으로 지어져 있고, 스님들은 한복을 입고 한식을 먹지요. 또 매일 의식이나 제사를 지냅니다. 이때 사용되는 물건은 모두 전통 공예품이에요. 불교를 단지 종교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오랫동안 품어왔고 우리나라 예술을 꽃피웠던 하나의 산업군이자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불교를 기반으로 전통문화를 되살릴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불교 시장에서 전통문화에 대한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우리 문화를 지속 가능케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마인드디자인이 품은 꿈이자 사명입니다
전통문화 전파를 위한 행보
마인드디자인은 다채로운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중 전통문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컨벤션 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진행한 불교박람회가 그것입니다. "전통문화 업체는 영세한 곳이 많아요. 가내수공업이나 가업을 물려받은 수준이거든요. 이 업체들을 위해 '팔 곳'을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문화와 산업이 합쳐진시장이 컨벤션 사업이라는 결론을 얻고 불교박람회를 개최한 거죠. 전통문화 산업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장을 만들겠노라 다짐했지요." 결과는 꽤 성공적입니다. 불교박람회가 열릴 때마다 업계의 주목을 받고 호응을 얻으면서 박람회의 규모는 5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단순히 몸집만 불린 것이 아닙니다. 생산자와 수요자를 잇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생산자에게 불교박람회는 국내 판매는 물론 해외 시장 판매 활로를 발굴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마인드디자인은 업체들이 해외 박람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연결해 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개최된 박람회에 참여한 업체가 해외 바이어와 계약을 맺는가 하면, 중국 지점을 개설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마인드디자인은 전통문화를 어렵고 낯설게 인식하는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전통문화를 매력적인 콘텐츠로 재생산한 '칠석데이'가 그것입니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인 칠월칠석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젊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파티를 즐기는 하나의 축제를 만들었습니다. 전통문화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해 진행한 '바치앤' 프로젝트 또한 눈에 띕니다. 전통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전통문화를 활용한 디자인 상품 개발을 이끌었습니다. 이 밖에도 마인드디자인은 사찰이나 전통문화의 브랜딩 사업을 진행합니다. 이를테면, 지역문화를 대변하는 사찰의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부각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홍보를 해 주는 식입니다. 이처럼 마인드디자인은 다각도의 접근법으로 전통문화와 일상을 잇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화는 가치 있다
"어렸을 때 인간문화재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박물관에서 본 백제금동대향로에 깊은 감명을 받았거든요.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오래오래 기억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불교미술을 공부했죠. 종교화를 주제로 한 과제전을 열었는데 제 작품을 본 친구들이 '촌스럽다, 무섭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지요. 어떻게 하면 우리 문화를 세련되게 보여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서 마인드디자인이 시작되었습니다." 김민지 대표는 전통문화란 일상생활에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우리의 것이란 걸 알리겠다는 포부를 안고 지난 2010년, 마인드디자인을 창립했습니다. 그간 마인드디자인은 제법 큰 걸음을 뗐습니다. 연 매출 15억 원을 달성하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성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며 나아갔다는 점입니다. 전통문화와 관련된 소상공인을 지원해 주고,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며 지난해 3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습니다. 마인드디자인은 '모든 문화는 가치 있다'는 신념 아래 사회공헌활동도 펼칩니다. 경제적 높낮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저마다의 문화를 소유하고 있고 이를 잘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역사회가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요. 마인드디자인이 전통문화를 사업화한 노하우를 다른 사람이나 지역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캄보디아의 작은 마을에 기술과 예술문화를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그들이 자신의 문화를 지키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인재를 양성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탄탄한 유통 구조 확립
최근 마인드디자인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시장 구조를 만들고자 유통법인 '마인드플랫폼'을 설립하고 전통 공예품 온·오프라인 매장인 '일상여백'을 선보였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전통공예 디자이너의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플랫폼이자 공간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기존의 전통 공예품은 고가인데다 일상생활과 동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현대 소비자들의 정서와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품들이었던 거죠. 일상여백에서는 전통 공예품에 대한 편견을 깨고, 디자인과 실용성 부분을 보완한 전통 공예품을 소개합니다. 일상여백을 선보인 것은 전통문화 산업에 있어서 참 고무적인 일입니다. 지금껏 전통문화 산업은 정부지원사업으로 자본금을 충당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는데, 민간자본 투자를 받아 일상여백의 문을 열었다는 점이 의미 깊어요. 전통 공예품도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정받은 셈이니까요." 어느덧 8년 차에 접어든 마인드디자인. 아직 가야 할 길도 멀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는 김민지 대표의 각오는 여전히 단단합니다. "앞으로 전통문화나 전통공예 기술을 더욱 부각할 수 있는 브랜딩, 디자인, 컨벤션 사업들을 이어갈 것입니다. 전통을 조금 더 실용적으로 만들고, 전통이 조금 더 일상화될 수 있도록 고객들과의 접점을 만들어야지요. 유통 구조를 탄탄히 구축해 전통문화의 선순환 시장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우리 스스로 전통문화를 즐기는 것이 곧 문화 정체성 확립이라 믿는 마인드디자인. 깊이 있는 활동과 다채로운 사업을 통해 우리와 전통문화를 튼실하게 엮어가는 마인드디자인의 노력이 더욱 의미 있는 결실을 맺길 바랍니다.
사회적기업 지원
- 사회적기업 :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재화·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비영리법인 포함)
- 지원내용 : 경영컨설팅 및 전문인력채용 지원, 인건비 지원, 시설·운영비 대부, 공공기관 우선구매, 세제 감면 등
- 사회적기업 인증 요건, 자세한 지원 내용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홈페이지(www.socialenterprise.or.kr)에서 확인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