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만능
제과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기능한국인에 선정된 ㈜베비에르의 마옥천 대표. 내가 좋아하는 빵을 만들어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진정한 제과인입니다. 3월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마옥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글 노혜진 사진 윤상영]
㈜베비에르는 광주·전남 지역의 대표적인 종합 베이커리 회사입니다. '맛으로 이야기하고 재료비보다 건강을 먼저 생각하며 하루 세 번 항상 따뜻한 빵으로 고객에게 다가간다.'는 투철한 경영이념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이를 위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을 멈추지 않는 곳이기도 하죠. ㈜베비에르의 마옥천 대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제과제빵의 꿈을 갖도록 10개 이상의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초청 강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한데요, 특히 호남원예고등학교, 전남조리과학고등학교, 고흥산업과학고등학교, 광주대학교, 청암대학교 등 지역 고등학교 및 대학교에 업무 협약과 산학협력을 통해 매년 20~30명의 학생들에게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채용도 하고 있답니다. 직원의 기능 향상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노동부의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하기도 했는데요, 이 외에도 노인복지관, 사회복지단체, 요양원 등 15곳에 당일 만든 빵을 보내고, 대한제과협회 광주전남지회장으로 있으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
- Q
-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먼저 제과 일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 A
-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저는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축산업에 종사하고 싶었습니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도 축산과를 갔죠. 그런데 당시 벌교에서 빵집을 운영하던 이모님 댁에서 빵의 매력을 알게 됐습니다. 어린 눈에 4~5가지의 재료가 서로 어우러져서 빵으로 탄생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제과 일을 시작하게 됐죠.
- Q
- 어릴 때부터 제과 일을 하셨다면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어요?
- A
- 제과제빵은 전작업이 필수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재료들을 준비하고 크림이나 속에 들어갈 충전물들을 만들어야 하죠.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계속 서서 일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제과제빵이 크리스마스나 명절 같은 때가 성수기다 보니 남들이 놀 때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 Q
-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제과제빵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 A
- 30년을 넘게 일해 왔어도 제과제빵은 항상 즐겁습니다. 가장 행복할 때는 역시 내가 만든 빵을 먹고 맛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직업으로서도 아주 매력이 있습니다. 먹는 사업은 정직한 사업이다 보니 자신이 열심히 한다면 반드시 그 보답이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 Q
- 제과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 A
- 처음 이모님의 빵집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저에게 제과제빵을 가르쳐 주신 스승님이 계십니다. 이모님의 빵집에서 1년 근무하고 이모님이 빵집을 접으면서 스승님을 따라 순천으로 내려가서 1년 반을 배웠죠. 이분을 이번에 만났어요. 거의 30년 만이었는데요. 제 입장에서는 저에게 제과제빵 기술을 처음으로 가르쳐 주신 스승님이 건강하게 계시는 것을 보니 감개무량했고, 스승님은 자신의 제자가 이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 기쁘다고 하셨어요. 참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 Q
- 대표님만의 제과점은 언제 오픈하시게 된 건가요?
- A
- 위에서 말씀 드린 스승님 밑에서 나와서 나폴레옹 제과점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당시 나폴레옹 제과점은 40명 이상의 직원들이 있었는데요, 제과제빵계의 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엄격했어요. 하지만 엄격한 만큼 좋은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재료를 고르는 법, 빵을 만드는 기술을 거기서 잘 배웠죠. 그곳에서 몇 년을 일하다가 1991년 광주에 내려와서 형과 함께 하모니 과자점을 차리게 됐죠. 그게 베비에르의 전신입니다. 베비에르라는 이름은 친구 가게에 연수를 갔다가 벨기에 전통 빵 까도드베비에르를 알게 됐습니다. 빵과 과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베비에르라는 명칭이 마음에 들었어요. 고민 끝에 2000년에 베비에르로 상호를 바꾸었습니다. 벨기에 대표 제과처럼 베비에르도 대표 제과점으로 나가자는 뜻도 담았죠.
- Q
- 최근 달걀 대란이라고 할 정도로 재료 수급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발생하는데요, ㈜베비에르는 이런 상황에서도 괜찮으신가요?
- A
- 광주지역에는 재료를 공급해 주는 회사가 5~6곳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형평성을 위해 모든 재료 회사에서 공평하게 재료 공급을 받았어요. 그런데 유럽 연수를 다녀와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이윤을 적게 남기는 대신 좋은 재료를 공급 받아 제품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 싶었죠. 그렇게 거래를 시작하게 된 재료 공급상이 있는데 27~28년 정도의 기간 동안 거래를 하면서 지금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달걀 같은 경우, 제과협회 광주전남지회에서 1년치를 미리 계약합니다. 그 덕분에 이런 대란에서도 안정적으로 공급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달걀 공급상 분께서도 지금까지 달걀로 이익을 본 적이 많으니 손해를 감수할 만하다며 잘 공급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영향이 없을 수는 없어서 3개월 전에 제품 가격을 조금씩 인상했습니다. 다른 원재료 값도 많이 올라서 제품 값을 안 올릴 수는 없었어요. 대신 더 좋은 품질로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Q
- 좋은 재료를 말씀하시는데 단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 A
- 저희 모토가 이윤을 적게 남기자는 것입니다. 이윤을 안 남길 수는 없어요. 좋은 재료를 쓰면서 팔 때마다 손해를 보면 누가 일을 하고 싶겠습니까. 대신 저는 설비에 투자하고, 재료에 투자해서 한 번 오는 고객들도 만족하고 갈 수 있는 제품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 Q
- 청년들을 많이 고용하시는데 이유가 있으신가요? 현재 ㈜베비에르의 직원은 몇 명 정도인가요? 또 복리후생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 A
- 현재 ㈜베비에르의 정직원은 160명 정도입니다.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하면 약 200명 정도입니다. 현재도 꾸준히 신입을 모집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잘 익히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몇 년의 시간 동안 기술을 배운다면 더 빨리 자신의 기술을 완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복리후생적인 면을 본다면 저희 ㈜베비에르는 제과업계로서는 좀 특이하게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비용적인 면 때문에도 반대가 많았죠. 하지만 직원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 제가 밀어붙였습니다, 지금은 잘 정착된 것 같아요. 그 외에는 3~5년 다닌 친구들의 경우 에는 일본이나 유럽으로 제과 연수를 보내 주는 경우도 있고요. 매출이 좋으면 인센티브를 주거나 일을 열심히 하는 직원들은 급여에 신경을 쓰기도 합니다.
- Q
- 신제품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대표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 A
- 항상 새로운 맛을 보여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희 ㈜베비에르의 대표 상품인 무등산빵도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처음 시제품을 만들어 봤는데 특별한 맛이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일본에 갈 기회가 생겼는데, 일본의 지방 제과점을 가게 됐어요. 독특하고 맛있는 빵을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사정을 설명해서 어렵게 빵의 배합표를 얻을 수 있었죠. 그걸 바탕으로 무등산빵을 다시 만들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와송과 모시잎을 함유한 무등산빵은 그때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 Q
-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제과점이나 치킨집처럼 음식 관련 창업을 하는 분들이 많이 생겼는데요, 그분들께 한마디 한다면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으세요?
- A
- 먹는 장사는 쉬운 게 아닙니다. 우선 자신이 기술이 있어야 하고, 이윤을 생각하면 안 돼요. 저는 항상 돈이 따라오게 하라고 말을 합니다.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손해를 견딜 줄 알아야 합니다. 이윤을 적게 내고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야 하죠. 그러면 언젠가는 돈은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 Q
- 대표님이 꾸는 가장 큰 꿈은 어떤 것인가요?
- A
- 저는 ㈜베비에르가 100년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은퇴를 하더라도 제 자식이나 제 직원 누군가가 베비에르의 이름을 이어서 베비에르가 계속 되고 마지막에는 제가 광주지역의 제과업을 발전시켰다는 이야기를 듣는 날이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이달의 기능한국인
(GTEP: Glocal Trade Experts incubating Program)
- 숙련기술 관련 직종에서 10년 이상 종사하면서 사회적 성과를 거둔 우수기능인을 대상으로 매월 1회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