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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을 단절하다

비장애인들은 청년을 처음 보면 가장 먼저 휠체어에 눈이 갑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면 어느 순간 청년의 환한 얼굴과 마주 보게 되지요. 시선을 조금 더 내려 보면 20대 초반 청년의 손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야무지게 금속 세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귀금속 세공 분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주인공 김정범 씨의 이야기입니다.
[글 노혜진 사진 김정호]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자신 있었던 학생

김정범 씨는 어릴 때부터 손으로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자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김정범 씨는 중학교 입학 이후부터 경제적인 독립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생각해 왔다고 해요. 자신의 적성에는 손으로 만드는 일이 가장 맞을 것 같았다는 김정범 씨는, 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해야 했던 시기, 담임 선생님이 권유한 주얼리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뭐든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주변에서도 제가 손으로 만드는 일을 잘할 거라는 격려도 해 주었죠. 성동공업고등학교에는 그렇게 입학을 하게 됐습니다." 성동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한 김정범 씨는 금속 디자인과 세공을 배우게 됩니다. 자신의 손에서 탄생하는 아름다운 세공품들이 좋았던 김정범 씨는, 늦은 시간까지 할 수 있는 만큼 연습에 연습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이런 열정에 선생님들도 더욱 열정을 다해 지도를 해 주었다고 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대회에 나가 메달을 수상했어요. 제가 한 일에 결과가 좋게 나오니 더 신났던 것 같아요. 더 열심히 연습을 해서 국가대표까지 될 수 있었죠."

대회의 순간, 감격의 시간

2016년 4월, 김정범 씨에게는 더욱 특별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귀금속 세공 분야에서 금메달을 따게 된 것이 그것입니다. "그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예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고 있었고, 현실 감각이 없었어요. 꿈을 꾸는 것 같았거든요." 김정범 씨는 금메달을 딴 것에 대해 지도교수님께 영광을 돌리기도 했는데요, 오히려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 교수님의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죄송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상을 타고 나서 바뀐 건 그렇게 크게 없어요. 저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은 학생이니까요. 다만 대회에서 탄 상금으로 차를 샀는데요, 처음으로 여행을 다녀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여행을 자주 다니지를 못했다는 김정범 씨. 자신의 차가 생긴 기념으로 방학이나 쉬는 날에 다니고 싶은 지역을 마음껏 다녀 올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특히 멀리 떨어져 살아서 자주 보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게 재미있었다고 해요.

지금은 나 자신을 더욱 연마해야 할 때

"현재 한국복지대학에 들어와서 1년을 다녔는데요, 대학 교육은 확실히 고등학교 교육과는 다른 점이 많아요." 김정범 씨의 말에 의하면 고등학교와 대학교 교육의 차이는 바로 창의성과 예술성을 더욱 키우는 점이라고 하는데요, 고등학교 때 주로 준비했던 대회 같은 경우, 어떤 정해진 제품이 있고 시간 제한에 맞춰서 그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주로 준비하는 공모전 같은 경우 예술성을 평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해요. 자신만의 디자인을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데요, 모티브를 잡고, 그것을 발전시키고, 세부화와 단순화를 거쳐서 장신구로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대학에 와서 기법을 많이 배웠어요. 새로운 장식 기법이나 공모전을 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요." 김정범 씨는 대학 교육에 대해서 말하면서 한국복지대학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도 바로 이런 커리큘럼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김정범 씨가 꼽는 한국복지대학의 특징은 기숙사와 시설이 잘 돼 있고, 전문대로서는 드물게 국립대학이며, 등록금이 저렴하다는 것 입니다. 이 외에도 앞에서 밝힌 대학 커리큘럼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귀금속 세공 학과에서는 귀금속 공예와 캐드(CAD) 정도만 배울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한국복지대학은 여기에 보석가공까지 겸해서 더욱 다양한 세공을 배울 수 있다고 해요. "아직까지 고쳐야 할 점은 많아요. 예를 들면 동기들과 작업을 같이 하다 보면 집중력이 높아져요. 다들 정말 집중하고 있는 게 느껴지니까 저도 같이 몰두를 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물어보는 말에 대답을 못하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큰 문제는 아니지만 서로 어울려서 작업을 하는 입장에서 고쳐야 할 것 같다고 수줍게 말하는 김정범 씨. 그 나이에 맞는 순수함이 묻어 나오는 말입니다. 인터뷰 도중에도 작업을 하는 것은 어렵지만 재미있다는 말은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어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김정범 씨가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가스 밸브를 열고 작업대에 앉아 미리 처리를 해 둔 은제품을 꺼내 드는 모습이 한없이 진지합니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해요. 더 알아야 할 것도 많고, 해 보고 싶은 것도 많아요.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요." 김정범 씨는 귀금속 공예의 매력은 조립을 해 가며 덧붙이는 것이기 때문에 상상의 여지를 많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작은 조각 하나가 덧붙여져서 전혀 새로운 모양으로 탄생하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해요. "대회에는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지방 대회도 준비하고 있어요. 사실 작년에도 서울시 지방대회에 출전해서 2등을 했거든요. 1등을 해야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데, 조금 아쉽더라고요. 이번에는 좀 더 열심히 준비해서 꼭 전국대회 출전까지 해 볼 생각입니다." 김정범 씨는 앉아서 계속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도 필수이기 때문에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자신 있다는 그는 휠체어 레이싱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성격이 활발하기도 하거든요.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기도 하고요. 귀금속 공예를 하기 위해서 얌전히 앉아서 성격을 억누르다가 운동으로 확 해소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경험을 충분히 더 쌓아서 자신만의 디자인을 완성하고 싶다는 김정범 씨. 하지만 그 전에 좋은 공방에 취업해서 실력을 더 쌓는 것이 우선이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 자신의 이름을 건 공방을 내는 것도 꿈이라고 수줍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정범 씨의 나이는 이제 스물셋입니다. 더 나은 미래, 더 행복한 꿈을 위해서 힘차게 전진해 나가고 있는 청년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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