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자원을 에너지로 만들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1992년 설립된 이래 환경 관련 정책 및 기술의 연구개발, 환경영향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 제고를 수행해 온 기관입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자원순환연구실장인 조지혜 박사는 폐자원 에너지화를 포함한 자원순환과 관련된 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일을 하는데요, 폐기물을 에너지화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현재 자원과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재활용 가능자원의 상당수가 단순소각이나 매립되고 있습니다. 또한 다수의 지자체에서는 매립지가 포화되고 있으며, 매립시설 설치와 관련하여 사업자와 주민 간 갈등을 넘어선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매립지 추가 확충은 어려운 상황이며, 앞으로 매립을 줄이기 위한 다각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폐자원 에너지화는 매립 최소화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지혜 박사는 에너지 위기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폐자원과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에너지화를 꼽았습니다. "폐자원 에너지화는 일상생활이나 산업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폐기물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원으로 전환시키는 것입니다. 음식물류 폐기물, 가축분뇨나 하수슬러지, 눙수산물 부산물 같은 유기성 폐기물을 혐기 발효(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의 대사과정을 활용하여 원하는 생산물을 얻는 것)하여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죠." 조지혜 박사는 박사 학위 동안 생물학적 수소 생산 연구를 진행하였고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서 수소 생산수율(원재료 투입에 대한 제품생산 비율) 개선을 위한 분자생물학 연구를 수행했는데요, 이 연구는 기본적으로 수소 생산균을 이용한 혐기 소화공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때 사용되는 원료가 음식물 쓰레기, 옥수수 대(corn stover) 등 다양한 유기성 폐자원에 해당합니다. "7년 전에 미국에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으로 오게 됐는데요, 현재는 폐자원 에너지화를 포함한 자원순환과 관련된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원순환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제품의 생산-유통-소비-폐기에 이르기까지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폐기물 발생을 사전적으로 억제하고, 발생된 폐자원을 최대한 순환이용하거나 에너지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역 실정에 맞는 폐자원 에너지화 연구가 필요

조지혜 박사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화력발전소와 원자력 발전소가 운전을 중지하는 곳이 늘어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으로 떠올랐죠.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특히 바이오가스의 경우에는 소규모 분산형으로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가령, 농촌에서 발생한 볏짚이나 식물성 잔재물들을 사일리지(silage 수분함량이 많은 목초류 등 사료작물을 사일로(Silo)용기에 진공 저장하여 유산균 발효시킨 사료) 형태로 두어 발효시키게 되면 바이오가스에 활용 가능한 원료 상태가 됩니다. 그 외 가축분뇨나 음식물류폐기물 등과 혼합하여 통합처리도 가능하구요. 앞으로는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원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동일 지역에 활용함으로써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이로 인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바이오가스화를 통해 주변 비닐하우스에 열원으로 공급하거나 부산물인 소화액을 액비로 사용하는 등 지역 맞춤형 에너지 자립 모델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을 들며, 앞으로 홍천의 성공 사례를 시작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더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바이오가스 시설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전문 인력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초반에 음식물류폐기물을 이용한 바이오가스화 시설이 잘 운영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이오가스 시설 투입물에 대한 성상 분석이 정확히 되지 않아 설계 및 시공시 반영이 안 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술은 정립이 되어 있으나 미생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발효공정을 잘 이해하고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해요. 처음에는 전문지식과 경험부족으로 시설 운영 및 관리가 미흡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지침 마련 등을 통해 많이 개선된 상태이지만 여전히 전문 인력을 통한 시설 운영은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폐자원에너지의 다각적 활용 제고 필요

폐자원에너지화 정책은 환경부를 비롯해 산업부와 농림부 등 다양한 부처가 연계가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부처 간 소통과 의견 수렴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연구원 차원에서도 분야간 협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최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의 위해성에 대한 우려가 많아지고 있어요.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폐기물 처리 관점 뿐만 아니라 대기질 등 타 매체에 대해서도 그 영향을 다각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정량적인 수치에 근거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개선안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조지혜 박사의 말에 의하면, 2013년 KEITI 자료에서 우리나라는 바이오에너지 제조 및 활용 기술의 경우 최고기술 보유국 대비 기술수준은 67.4%, 폐기물에너지화 기술의 경우 71.6%로 분석되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초기에는 해외 기술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현재는 바이오가스 시설을 비롯하여 상당 부분 국산화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앞으로 할 일은 많이 남아 있어요. 시설 운영 개선을 통해 에너지 생산 효율을 높이는 건 물론 생산된 에너지의 이용률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하거든요. 특히 전기에너지 외에도 냉난방에너지, 수송용 연료 등 생산된 에너지를 지역 여건에 맞게 다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조지혜 박사는 이 일을 하면서 보람 있는 경우도 많았다고 해요.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하면서 합리적으로 제도 설계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데요, 이런 과정을 통해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제도로 입법화되면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요.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위한 연구

현재 자원순환기본법이 제정됨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번 자원순환기본법은 자원순환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경우 발생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 중 15% 이상이 매립되고 있어 처리방법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결국 매립을 줄여나가기 위해 앞으로는 사업장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에너지화에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폐자원에너지 연구는 환경공학이나 자원공학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경제학, 행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참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특히 에너지 자원은 석유, 가스 등 전통적인 화석 에너지원뿐만 아니라 바이오에너지, 폐기물 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의 국가 정책 등을 다루고 있어 폐자원에너지화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보다 지속가능하고 자원‧에너지가 선순환하는 사회 구현을 위해 폐자원에너지화의 역할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도 관련 정책이나 사회적 이슈가 무엇인지 외적 환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면 좋을 거 같아요. 이제 융합과 통섭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전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당 전공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과학 서적이나 강연 등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접하셨으면 합니다. 또한 에너지 이용 효율화 측면도 중요하므로 전과정평가 교육과정을 이수해 두시면 좋을 거 같아요." 조지혜 박사는 폐기물에 대한 기존 편견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보유자원으로 그 인식이 전환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빌려 쓰는 지구'라는 말처럼 쓰레기를 줄여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일석이조의 연구를 진행하는 폐자원에너지화 연구원.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직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환경 문제에 더욱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미래에는 폐자원을 이용한 어떤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더욱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