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능만능
얼마 전까지 노란 리본의 물결이 가득 찼던
광화문 광장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그 광화문 광장의 중심부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종대왕 동상의 앞에는 마치 세종대왕을 지키는
것처럼 늠름한 포즈의 이순신 장군 동상도
자리하고 있죠. 실제로 살아 있는 것처럼 섬세하고
생동감 있는 이런 동상들은 바로 주물기술자들의
손에서 탄생하는데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공간미술의 박상규 대표는 세종대왕 동상을
제작하고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수한 주인공으로,
'쇳물 아티스트'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주물 분야에서 실력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글 노혜진 사진 윤상영]
공간미술은 2000년 설립되어 올해로 17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주물 예술 업체입니다. 의뢰가 들어오는 작품이나 구조물, 조형물을 직접 제작하는데요, 5,000평 부지에 일반주조부, 정밀주조부, 스테인리스부 등 부서별 작업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물 업계 작업장의 대부분이 무허가인 상황에서 공장등록과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정식 등록 업체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체계와 설비를 갖추고 현대적인 작업환경에서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신뢰도도 높을 수밖에 없죠.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광화문 이순신 동상 보수, 국회의사당 내부 홀에 있는 제헌국회의원 198명의 청동 부조, 국내 최대 입상인 38m짜리 완도 장보고 동상, 국내 최대 높이의 현대 조각 작품인 22m짜리 김천 청동 다리 조형물 등을 제작했습니다.
- Q
- 이달의 기능한국인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주물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 A
- 저는 농사를 짓는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여유 있는 집안은 아니었기 때문에 일찌감치 취업을 결심하고 어떤 분야로 나가야 할지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때 사촌 형이 하는 주물 공장에 가게 됐는데, 고체가 액체가 되었다가 다른 형태가 되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재미있어 보였어요. 조형물을 제작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흥미로웠습니다. 처음 접하고 난 뒤에 공장에 찾아가서 작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는 게 일과 중의 하나였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진로를 정해야 하는데, 주물을 배우기로 결심을 하고 순천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죠. 고등학교 기계과에 진학해서 설계, 제도, 판금, 선반, 용접, 주물 등 기계 분야를 모두 배우고 2학년 2학기에 주물반에 들어가 전공으로 주물 기술을 연마했습니다.
- Q
- 사촌 형과 동업을 했다고 들었는데요?
- A
- 고등학교 졸업 후에 알루미늄 창틀 새시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했어요. 그곳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일하다가 대기업에 스카우트되기도 했는데요, 제가 원하던 일과는 거리가 있어서 그만두게 됐죠. 회사를 나와 쉬고 있을 때 주물 작업장을 운영하던 사촌 형이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곳을 세계적인 조형물 제조회사로 키우기 위해 사촌 형과 의기투합해서 정상적인 등록과 시설 투자, 시스템을 갖추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당시 주물 공장은 제조 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때라 제대로 된 조형물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시설 투자가 필수였어요. 공장을 새로 짓고 시설을 도입하고 연구실도 만들고 솜씨 좋은 직원도 뽑았습니다. 사업은 순조롭게 커 갔지만 사촌 형이 갑자기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난 뒤 회사가 어려워졌죠. 결국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 Q
- 공간미술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 A
- 저와 친하게 지내던 한 대학교수가 제 실력을 아까워하면서 직접 창업을 해 보라는 조언을 해 주었는데요, 그 말을 듣고 2000년 300만 원으로 창업을 한 것이 공간미술입니다. 경기도 김포에 있는 돼지 막사에서 시작을 했는데요, 창업 후 1년 6개월 정도 지나 김포 공장이 군사보호지역 안에 있는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당장 쫓겨나는 신세가 됐죠. 김포에 있는 빈 창고를 임대해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김포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다시 쫓겨날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때 안정적으로 정착해서 조형물 제작에만 힘을 쏟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공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2008년 현재의 자리인 이천시 설성면으로 작업장을 옮겼습니다. 공장등록과 환경영향평가 등의 법적 절차를 준수하고 최신 설비를 갖추었어요.
- Q
- 중국에서 조형물 관련된 제의를 받기도 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제의인가요?
- A
- 중국 심양의 루신대학과 건설회사에서 현지에 공장을 차려 주겠다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2억 5,000만 원의 연봉을 제시했는데, 나중에는 연봉 3억 원에 가족들 체류비와 작품마다 10%의 로열티도 주겠다는 조건이었어요. 제가 망설이니까 연봉이 부족하면 더 주겠다며, 일감은 얼마든지 줄 수 있다고 했죠. 중국에는 거리마다 동상이 많은데요, 이 동상들이 FRP라고 해서 강화플라스틱에 동상 색깔을 입힌 가짜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 중국이 잘살게 되면서 동상들을 진짜 청동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기술력이 부족한 거죠. 전 세계를 다 돌아다녀보고 중국 스타일과 비슷하면서 기술력이 있는 우리나라에 기술 지원을 요청한 거였어요. 조건이 좋으니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중국에 가서 일을 하고 돌아오면 돈 외에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을 것 같았고, 제 기술은 중국에서 가져갈 것이고요. 제 사업을 일구면서 지금처럼 일하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죠.
- Q
- 여러 작품을 만들다 보면 대표님이 꼭 만들고 싶은 작품도 있을 것 같아요.
- A
- 우리나라를 상징할 수 있는 조형물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황룡사지 9층 석탑 같은 느낌의 한국 전통 곡선을 살린 아름다운 탑이요. 20m 정도 되는 높이의 탑에 모든 주물 기술을 쏟아부어서 사이사이마다 아름다운 조각을 넣을 겁니다. 디자인부터 완성까지 모두 공간미술에서 만들 생각입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나중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 Q
- 대표님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꿈은 무엇인가요?
- A
- 주물에 대해서 알릴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 생각입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주물의 역사를 살펴 보고, 직접 주물을 체험해 보고, 상상의 길을 걸어 보게 하는 거죠. 이를 위해서 안성에 1만 4,000평 규모의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어린이 체험뿐만 아니라 실제 학생들이 이곳에서 직접 주물을 만들어 보거나, 관련 세미나를 진행할 수도 있는 종합적인 공간을 만들 예정입니다.
- Q
- 젊은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 A
- 저는 요즘 젊은 청년들이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가고, 대학을 나와서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만을 생각하는 이런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어릴 때부터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파악하고 자신만의 기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중학교 2학년 정도인 15세 때 자신의 적성과 소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 앞길을 생각한다면 청년들의 앞날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하려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려고 하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으면 좋겠어요.
이 달의 기능한국인
숙련기술 관련 직종에서 10년 이상 종사하면서 사회적 성과를 거둔 우수기능인을 대상으로 매월 1회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