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이 시기 아이들은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를 만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분주합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라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그런데 <나는 워킹맘입니다>의 저자 김아연 씨는 이럴 때일수록 걱정은 접어두고 조금 현명하게, 여유를 가지라고 말합니다. 대한민국 워킹맘을 향한 김아연 씨의 조언에 귀 기울여볼까요?
[글 김아연 <나는 워킹맘입니다> 저자]
독해지지도 포기하지도 말고
직장인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일은 늘 고민의 연속입니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조차 워킹맘인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직업상 열망과 개인적 열망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고 말입니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하는 워킹맘들에게 이런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 ‘한계를 정하기’입니다. 회사의 지시에 대해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정말 자신이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쉽지 않은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을 잘한다는 건, 성과를 내야 하고 회사를 내 몸같이 사랑한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못하겠다고 하느니, 차라리 밤을 새워 일하는 게 낫겠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리일 것 같으면 충원을 해달라고 말하거나 일정을 조율해달라고 말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무리하다 두 손 두 발 다 드는 건 더 큰 잘못이니까요.
두 번째, ‘엄마 벌점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정시에 퇴근하면서도 “죄송합니다”라고 인사하는 건 스스로에게 주는 ‘엄마 벌점’이 아닌지요. 나는 아이 엄마니까 아무래도 예전과는 다르다며 스스로 작아지진 않나요? 더 열심히 더 집중해서 일하는 자신에게 가혹해지지 말길 권합니다.
세 번째, ‘성과 내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성과는 거창하고 대단한 게 아닙니다.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기존에 잘하던 일에 조금 더 노력해 성취하는 성과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약점을 극복할 때보다 강점을 강화할 때 직장인의 행복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잘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어떨까요? 성과는 어쩌면 회사가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나를 증명하기 위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아이들 웃음소리에 엄마 피로가 녹아내리듯 성취감은 직장인의 피로를 한 방에 날립니다.
휴가, 때론 과감해질 것
새학기에는 하루 이틀이라도 휴가를 내길 권합니다. 휴가를 내는 게 뭐 특별한 일인가 싶지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그게 특별한 일입니다. 휴가원을 제출하기가 망설여질 때, ‘직장인인 나’를 넘어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인인 나’를 생각합니다. 일과 아이 사이에서의 균형을 생각합니다. 하루하루의 균형이 아닌 내 인생에서의 균형을요. 아이들에게 엄마 손이 더 필요할 때 아이들 곁에 있을 수 있어야 일에 몰두해야 할 때 일에도 마음껏 열심일 수 있습니다.
용감하거나 대범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올바른 목소리를 낼 때 우리 사회가 더 빠르게 변할 것이라고 믿는 것뿐입니다. 저는 두 아이의 엄마로 육아휴직을 두 번 썼습니다. ‘용감하다’, ‘회사 계속 다닐 생각 없는 거지?’라는 말을 들었지만 여전히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은 최소한 저와 같은 말은 듣지 않고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올바른 목소리를 낸, 우리가 만든 성과입니다.
물론 ‘권리’를 주장하며 ‘의무’에도 최선을 다합니다. 워킹맘들에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질’을 높이라고들 하죠. 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효율성을 추구해 ‘질’을 높이길 권합니다. 가령 중요한 일과 급히 해야 하는 일, 내가 꼭 해야 하는 일과 팀원들과 나눌 일을 구분합니다. 하루 중 업무집중도가 가장 높은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느슨해지는 시간에 반복 업무를 배분해 업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신과 아이를 믿으세요
때로 아이가 큰 가르침을 주기도 합니다. 첫째 아이가 유치원 졸업식에서 ‘부모님께 드리
는 편지’를 낭독한 적이 있는데요, “엄마아빠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로 시작해 “앞
으로도 응원해주세요”로 끝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에 대해 걱정하고 불안해하고만 있었는데 아이는 오히려 본인을
응원해달라니 제가 한참 잘못 생각했구나 깨달은 것이죠.
사실 어린 시절 저는 ‘걱정쟁이’였습니다. 낯선 상황에선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컸고, 용기
내서 한 발 내딛으려다가도 머뭇거렸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뒤를 돌아보면 부모님의
따뜻한 미소가 있었습니다. 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계셨습니다. ‘괜찮아. 한번 해
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미소를 보면 성큼 한 발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꽤 단단한 워킹맘인 척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누구보다 많이 흔들립니다. 이럴 때면 저와
아이와 우리 가족이 지나온 길을 돌아봅니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던 아이는 엄마와 떨
어져 씩씩하게 하루를 보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를 두고 출근한 저는 직장에
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다시 만나 찐하게 에너지를 충전했습니
다. 그리고 이렇게 보통의, 평범한 다른 가족들처럼 잘 웃고 잘 울고 잘 싸우며 잘 자랐습
니다.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할 것을 믿습니다. 누군가 그랬거든요. 오늘이 행복해
야 내일도 행복하다고요. 오늘 잘하면 내일도 잘할 수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
리가 지나온 시간은 단단한 내공이 되어 우리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나는 워킹맘입니다>
아이와 함께 행복한 엄마가 되고 싶지만, 일도 육아도 녹록지 않은 현실. 저자 김아연 씨는 독해지거나,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며 ‘슈퍼맘’보다는 ‘리얼맘’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저자 김아연 씨는 언론사 기자로 15년째 일하고 있으며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첫 번째 복직 후 네이버 전문기자칼럼 ‘워킹맘의 아이 키우는 법’을 연재했고 두 번째 복직 후에는 네이버 포스트 스타에디터로 활동하며 ‘틈틈이’라는 필명으로 ‘워킹맘 시즌2’, ‘워킹맘 고민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필명이 ‘틈틈이’인 이유는 “틈틈이 아이를 키우고, 틈틈이 일하고, 틈틈이 글을 쓰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