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워라밸
워라밸을 실천하고 싶어도, 선뜻 시도하지 못하는 조직이 있습니다. 방법을 몰라서, 혹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마음만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사례가 여기 있습니다. 바로 2018년 제3회 일·생활 균형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울산광역시남구도시관리공단의 이야기입니다.
[글 전수아 / 사진 스튜디오J]
첫 단계, 워라밸 공부하기
지난해 워라밸 실천 우수 사례로 선정된 울산광역시남구도시관리공단(이하 남구도시관리공단)의 첫 시작은 그리 녹록지 않았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시대적인 흐름은 깊이 공감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죠. 당시 워라밸 관련 부서에서 일했던 남구국민체육센터팀 홍상원 차장은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습니다.
“공기업으로서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방법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관련 팀 구성원이 모두 머리를 맞댔고 타 기관의 복지 제도를 찾아보면서 하나하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다 보니 다소 막연하게 느껴졌던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차츰 익숙해졌다고 합니다. 다양한 사례를 찾아보면서 ‘이런 제도들은 우리 조직에도 도입하면 좋겠다’는 판단 기준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 여름부터 남구도시관리공단에는 ‘반반차’ 제도가 생겼습니다.
소소한 것부터 차근차근
반반차는 두 시간 일찍 퇴근하거나 두 시간 늦게 출근하는 제도입니다. 근무시간 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직장인에게 이 두 시간의 여유는 꽤 쏠쏠합니다. 경영지원팀 이승주 주임은 “병원을 가야한다거나 가족 모임 등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 마음 편하게 시간을 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라며, 반반차를 ‘최애 제도’로 꼽았습니다.
홍상원 차장은 반반차와 함께 도입된 ‘1일 유연근무제’도 인기가 좋다며, 이 두 제도를 함께 활용하는 방법도 살짝 공개했습니다. “1일 유연근무제는 그날 하루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만약 금요일에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고 가정해 볼까요? 1일 유연근무제를 신청해 두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하고 여기에 반반차를 추가로 쓰면 오후 두 시쯤 트렁크를 들고 떠날 수 있습니다.”
팀장님 퇴근 시키기 프로젝트
최근 남구도시관리공단에서는 ‘팀장님 퇴근 시키기’라는 특별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퇴근 시간 무렵, “니가 가라 팀장님아, 그래야지 내가 간다”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의 피켓을 든 직원들이 각 부서의 팀장에게 돌진하는 것이죠. 얼핏 ‘그동안 팀장님 눈치 보느라 퇴근 못 한 직원들이 있었단 말인가?’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오해일 뿐. 사실은 조직 내에 남아있을지 모를 관행을 깨기 위한 즐거운 이벤트였습니다. 경영지원팀 구성원들은 이런 식으로 생각을 환기할 수 있는 계기를 자꾸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웃고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조직의 분위기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는 데 필요한 또 다른 조건으로, 경영지원팀 이채희 팀장은 리더들의 솔선수범을 꼽았습니다. “고민해서 제도를 마련해도, 막상 사용하는 데 눈치가 보여 실제 사용하는 직원이 몇 없으면, 유명무실하게 돼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반반차 제도가 도입될 때도 처음 발의한 경영지원팀에서 우선 신청하고, 조직의 리더들도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솔선수범의 일환으로 생긴 또 하나의 조치는 연차 등의 휴가 신청 시, 부서장이 사유를 묻지 않는 것입니다. 별다른 의도 없이 안부 차 묻는 경우도 이제는 없습니다.”
이와 더불어 연차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2018년 연차 사용률이 2017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52→91%).
워라밸을 실천하고 싶어도,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주저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혹은 워라밸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 엄두를 못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남구도시관리공단은 말합니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다 보면 변화의 바람은 자연스럽게 불어올 것이라고 말입니다. 봄바람을 타고 워라밸의 훈풍도 사회 곳곳에서 솔솔 불어오길 기대해봅니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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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연차와 반반차를 주로 이용합니다. 반반차라는 제도 자체도 좋고 아울러 휴가 신청 시 사유를 전혀 묻지 않는다는 점도 큰 장점 같아요.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조치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휴가 혜택을 누리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몫을 담당하고 있으니까요.
이서현 사원(경영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