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
‘아지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구두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서 아지오란 이름이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낡은 구두에 대한 기사를 떠올려보길 권합니다. 유석영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조금
더 밝은 내일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 가지 조언을 건넸습니다.
그의 애정 어린 메시지를 경청해주실래요?
[글 권주희 / 사진 스튜디오J]
세상의 편견에 갇히지 마세요
지난 2010년 처음 아지오를 만들었을 때 여섯 명의 청각장애인 구두 장인들과 함께 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은 청각에만 불편이 있을 뿐, 솜씨는 비장애인 못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상의 시선은 조금 따가웠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만드는 제품이라 혹시 품질이 낮은 건 아닌가 하는 이야길 듣기도 했지요. 그런 편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성을 들여 구두를 만들어 나갔고 편견을 극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사실 제품력 하나로 승부하기에는 유통이나 판로 확보가 큰 문제였습니다. 결국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다가 문재인 대통령께서 낡은 구두를 신고 계신 사진이 유명세를 타면서 아지오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새롭게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편견에 갇혔다면 아지오는 다시 일어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장애는 불편일 뿐, 불가능이 아닙니다
저는 시각장애인입니다. 시력이 좋지 않아 불편할 뿐, 그 외 부분은 비장애인과 동일합니다. 장애는 불편이지 불가능이 아닙니다. 장애인들은 취업을 할 때 자신의 능력과 선호를 먼저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업종에 관심이 있는지 스스로를 들여다보아야 하는데, 장애가 있다는 점만을 고려하곤 합니다. 그렇게 되면 선택한 일에 애정을 가지고 오래도록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일을 선택할 때 유일한 기준은 자신의 ‘적성’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잘하게 됩니다. 즐기게 되니 계속하게 됩니다. 세상은 점점 발전하고 있으며 직업은 점점 다양해집니다. 없어지는 직업도 있고 새로 생기는 직업도 있습니다. 장애인이 도전하지 못하는 영역은 없습니다. 빅데이터를 연구하고 독창적인 예술을 선보이는 일, 장애인도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장애로 전체를 판단하지 마세요
장애인을 고용하고자 하는 사업주에게 꼭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 가지 장애로 그 사람의 모든 걸 판단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장애인들이 가진 불편함은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정도입니다. 그 불편함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처음 업무가 주어지면 그 일에 대해 온전히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습득하고 나서의 업무 성과는 때론 비장애인을 앞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사업주들이 사용자를 고용할 때 얼마나 일을 빨리 잘할 수 있는가를 고려합니다. 그래야 회사의 성과가 높아지고 이익도 커지니 말입니다. 그런데 지속가능성이란 부분도 생각해보길 권합니다. 조금 느리게 배우지만 숙련되어 잘하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초반의 속도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고용과 노동의 중심은 사람에 대한 사랑입니다
또 하나, 고용과 노동에는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성과나 이익보다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더 중요한 게 아닐지요? 저는 노동자로서도 일해 보았고 현재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어 양쪽을 모두 경험했는데요,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창업보다는 관리와 유지가 더 중요하단 걸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회사와 함께 같은 꿈을 꾸는 직원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감하고 있습니다.
100인 이상의 사용자를 채용하는 기업은 법이 정한 만큼의 장애인을 고용하지 못하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저는 이 비용을 납부하는 것으로 해결하지 말고 장애인을 고용해 함께 더 큰 내일을 꿈꾸었으면 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행복한 내일을 만드는 데 아지오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동참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