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 스토리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두 학생들이 있습니다. 각각 예술학, 의상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은비, 배보림 학생입니다. 방학 동안 잠시 하는 알바지만 이 경험을 통해 진로 탐색과 관심사를 함께 발견하고 싶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우고 있는 두 학생을 만나봅니다.
글 한경희 / 사진 스튜디오J
-
전공 관련 알바, 알찬 여름 기대
쏟아진 햇볕이 아스팔트를 달구는 여름 한 가운데, 울창한 수풀이 우거진 서울월드컵공원 하늘공원 옆으로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가 있습니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Residency) 프로그램으로 이곳에서 약 한 달간 스튜디오 아카이브 구축 등의 학예업무와 행정업무 보조 알바에 나선 김은비, 배보림 학생은 주어진 업무를 익히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전공과 관련한 다양한 일들을 해보고 싶었던 배보림 학생은 친구 추천으로 이번 여름방학 아르바이트에 참여하였습니다.
“입주작가 정보 등 스튜디오 홈페이지에 업로드 돼 있는 자료들을 업데이트 하고 수정·보완하는 업무를 하고 있어요. 예술 분야 전공자로서 국내외 작가들과 소통할 기회도 갖고 기획실의 업무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믿을 수 있는 알바라 더욱 든든
두 학생이 이번에 참여한 아르바이트는 각 시·구에서 대학생들이 사회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여름방학 기간에 모집하는 ‘대학생 여름방학 아르바이트’입니다. 서울시의 경우 매회 평균 2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인기 아르바이트입니다. 선발된 대학생들은 부서 별 수요조사 결과와 신청자들의 본인 희망, 전공학과, 거주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청 및 사업소에 배치됩니다. 김은비 학생 역시 본인이 원한 곳에 배치 받게 되어 기대가 큽니다.
“대학생 때가 한창 진로 고민을 많이 할 때잖아요. 저 역시 요새 진로 고민이 많은데, 평소 궁금했던 미술관 업무를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서울시에서 운영하니 급여 문제도 믿을 수 있고, 방학 중에만 단기간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힘들었던 알바, 더욱 끈끈한 유대감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금체불 문제를 겪지는 않았지만 두 학생 모두 다소 불편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배보림 학생은 부모님의 이민으로 해외에 거주하다 대학입학과 함께 국내로 들어왔기 때문에 한국문화와 의사소통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는데 지난해 방학기간에 잠깐 했던 첫
아르바이트에서 부당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초·중학생 대상 영어학원 보조강사 아르바이트였어요. 그런데 하는 일은 보조강사가 아니라 직접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도록 해서 혼란스러웠어요.
문화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고 원장님과 소통도 잘 되지 않아 그냥 참았지만 그런 요구가 좀 난처했어요.”
김은비 학생 역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마음이 무거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전시장에서 관람객 동선을 안내하고 불만을 해결하는 현장 업무를 지원했는
데 말을 함부로 하던 관람객들이 상급 관리자의 통제에 바로 유순해지는 것을 보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사회에서 알바생들을 대하는 태도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힘든 업무를 함께 해나가며 다른 알바생들과 관계가 더 끈끈해지는 것은 있었죠. 그 친구들과는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요.”
-
관계의 확장, 알바의 또 다른 수확
두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기간 동안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는 중요한 행사 하나가 진행되었습니다. 2019년 2분기 국외 작가들의 전시인 <프릭션, 어셈블리즈, 앤드 아더 스토리즈> 개막을 준비하며 두 알바생도 무척 바빠졌습니다.
“관람자 입장일 때는 몰랐는데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외국 작가들과 좋은 결과물을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조율해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무슨 일이든 사람들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가장 중요하구나’ 느꼈습니다. 전시를 열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현장 가까이서 보고 배우며,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방학 레지던시 아르바이트가 진로 고민을 심화시키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는 김은비 학생,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여름방학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경험해보라고 추천을 아끼지 않는 배보림 학생. 이번 아르바이트를 통해 만난 사이지만 같은 또래로서 비슷한 고민으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친구가 되어 이번 아르바이트의 또 다른 큰 수확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