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희망일터
결혼과 동시에 가정을 돌보느라 회사를 그만 두었던 황주미 씨는 출산과 육아로 재취업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35년여를 일명,
경력단절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눈에 들어온 지역 소식지 내 중장년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일터로 돌아온 그녀는
현재 보훈단체 지역회의 사무과장으로 일하며 다시금 새로운 보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글 한경희 / 사진 스튜디오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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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보내는 바쁜 하루하루
황주미 씨가 일하고 있는 곳은 파주시 보훈회관입니다. 9개 보훈단체의 파주지회 사무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그 중 황주미 씨는 광복회 파주지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광복회는 1919년 수립되어 1945년 광복이 될 때까지 독립운동을 하셨던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들로 이뤄진 단체로 경기도 21개 지부 중 한 곳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광복회는 국가유공자 단체이면서 비영리기관으로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저는 단체 운영에 필요한 예산 집행과 회계업무, 3.1절을 비롯한 크고 작은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며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광복회 파주지회는 파주시 보훈단체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황주미 씨는 2017년부터 이곳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파주지회에서는 당장 ‘황 과장’ 없으면 곤란할 만큼 황주미 씨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광복회 업무는 시청, 보훈청, 보건소 등 지역 관계기관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요. 3.1절, 광복절 등 큰 기념행사를 비롯해 지역출신 독립운동가 합동 추모제, 학술심포지엄 등은 유관기관의 협조 없이는 진행할 수가 없죠. 따라서 주로 공문이나 기획안 등을 작성하는 일을 하고 보도된 행사 스크랩을 해두고, 우편물, 출납 정리 등을 하고 업무일지까지 쓰면 하루가 마감돼요.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죠.” -
재취업에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던 그때
이곳에 오기 전 황주미 씨는 전업주부였습니다. 가정살림을 맡은 주부로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친구처럼 의지하고 지내던 외동딸을 출가시키고 그 무렵 집에서 키우던 반려견까지 떠나보내게 된 황주미 씨는 갑자기 홀로 보내야 하는 시간에 힘들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시간이 많아지니까 정신적으로 힘들더군요.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고요. 아무 것도 안 하고 지내는 건 적성에 맞지 않았거든요. 친구들을 만나도 늘 비슷한 패턴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니 마음이 허전했습니다.”
그러던 중 집으로 배달되어 온 지역소식지를 넘겨보다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중장년 재도약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며칠을 망설이다 찾아간 그곳에서는 자신의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게 돼 크게 낙담하였습니다.
“자격증은 있느냐, 전공은 뭐냐 등 취업희망자에게 묻는 그냥 의례적인 질문이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하나도 답할 게 없는 제 모습이 너무 민망하고, 부끄럽더라고요.
결혼 전에는 사무직에 있었지만 너무 오랜 시간 사회 경력이 단절된 상태였기에 이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실망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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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준비, 새로운 삶의 시작
학업에 대한 열망이 내내 남아 있었다는 황주미 씨는 어느 만학도가 ‘배우는 고통은 잠깐이지만 배우지 못한 고통은 평생 간다’라고 한 말이 가슴에 와 닿아 그해 방송통신대학교 가정복지학과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취업이 어려울 것 같아 인적사항만 남겨두고 나왔던 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중장년 재도약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라는 권유였고, 이후 정보화과정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과정이 끝나면 또 다시 권유 받은 프로그램들에 참여하며 사회화에 필요한 자질을 갖춰가고 있을 때쯤 지금의 광복회 파주지회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추석 연휴였는데 바로 일할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우물쭈물하면 다시 기회는 없을 것 같아 할 수 있다고 하고는 당장 출근하기 시작했죠.”
3개월 계약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성실히 일하는 모습과 어르신들을 대하는 예절, 그리고 늦은 나이지만 학업을 다시 시작했다는 열정이 높이 평가돼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올해부터는 4대보험과 퇴직금도 받게 되어 오래도록 다니고 싶은 든든한 일터입니다.
“여기 보훈회관에는 저처럼 주부로 머물다 새롭게 일을 시작한 분들이 많아요. 지난해 저의 권유로 대학에 등록한 여직원도 2명이나 되죠. 다들 공부도 얼마나 열심인지 몰라요. 서로 관심사도 같고 말도 잘 통하니 의지가 됩니다. 시작이 어렵지 막상 나오면 이렇게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시작이 반입니다. 여러분도 지금의 자리에서 ‘일단’ 나와 보세요. 우리 생각에만 머물던 삶이 바로 그때부터 시작됩니다.”황주미 씨가 말하는 재취업 성공 비결 3가지
1. 일단 집을 박차고 나와라, 여기에서 반은 성공!
2. 주변에 널린 취업 소식에 늘 관심을 가져라, 정보가 힘!
3. 컴퓨터 활용법을 미리 배워라, 이것은 어느 분야 취업이건 기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