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세상
119REO는 3년을 쓰면 버려야 하는 방화복을 가방과 악세서리로 만드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소방서를 방문해 수명을 다한 방화복을 수거하는데요. 소방서 입장에서도 아주 고마운 기업입니다. 폐기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요! 폐방화복은 힙색, 메신저백 등 실용적인 가방으로 재탄생됩니다. 초내열성, 초인장강도를 겸비한 빅파워 가방이 태어나는 셈이죠!
글 염세권 / 사진 이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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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은 누가 지키죠?
119REO의 탄생 배경에는 암으로 투병생활을 했던 소방관이 있습니다.
“2016년, 우연히 암으로 투병 중인 소방관을 알게 됐어요. 병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죠. 돕고 싶었어요. 기부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문득 ‘기부활동 때문에 소방관들이 불쌍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는 건 아닐까’ 싶더라고요. 방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죠.”
화마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영웅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던 119REO의 이승우 대표는 버려지는 방화복을 떠올렸습니다. 수명이 다한 방화복을 이용해 재화를 만들고, 이를 판매해 거둬들인 수익금은 암 투병중인 소방관을 위해 기부를 하겠다고 말이죠. 그렇게 매년 버려지던 폐방화복은 예쁜 가방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처음엔 2017년 고용노동부의 소셜벤처 대학동아리 지원사업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대한 안내를 받게 돼 2018년에 창업했죠. 그렇게 시작한 회사가 바로 119REO예요.”
화마에 온몸을 내던지는 소방관의 뜨거운 희생에 보답하고자 시작한 일.
‘서로를 구하자’는 뜻으로 회사명도 Rescue Each Other의 약자를 썼다는 119REO에는 소방관을 향한 이승우 대표의 남다른 각오가 담겨있습니다.
소방관의 마음씨를 닮은 기업이 되기 위해
‘폐방화복을 활용한 가방이 얼마나 예쁘겠어?’라는 기우는 그야말로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119REO에서 내놓은 파우치, 클러치백, 인형, 팔찌, 열쇠고리 등의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가 먼저 알아봤거든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가능했지 않나 싶어요.”
소방서에서 가져온 폐방화복을 세탁하고, 분해하고, 도면을 제작하고, 패턴을 뜬 후 재봉질을 하기까지 119REO 제품들은 100% 수작업으로 이뤄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 119REO만의 남다른 철학이 숨겨져 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애쓰는 소방관처럼 새 삶을 향해 나아가는 자활근로자들을 위해 작업과정의 일부를 맡기고 있는 것입니다.
“지역자활센터와 연계해 자활근로자들에게 폐방화복의 세탁과 분해를 맡기고 있는데요. 사회에 기여하는 소방관들처럼 저희도 이웃을 생각하는 건강한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암 투병 소방관들은 물론 자활근로자들까지 돕고 있는 119REO.
‘서로를 구하자’는 이들의 기본철학은 지역사회를 더 밝게 만들고 있습니다.
전 세계 소방관들이 안전해지는 그날까지!
대학동아리에서 시작했던 119REO는 매년 큰 성장을 거두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1억 6,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2018년 대비 약 1,000% 성장한 것입니다.
괄목할 만한 성장의 비결을 이승우 대표는 소비자들의 ‘착한 개념’으로 돌립니다.
“초기에는 버려지는 옷으로 만든 제품이 왜 이렇게 비싸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많은 분들이 ‘소방관의 노고가 느껴져서 좋다’고 말씀해주세요.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요.”
우리나라 소방관들은 2003년부터 방화복을 입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우비를 입고 화마와 싸웠다고 하는데요. 지금도 선진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서는 수많은 소방관들이 우비를 입고 화재 현장에 출동합니다. 그래서 119REO가 이뤄나갈 목표는 한국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타국의 방화복을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들고, 이것을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개발도상국 소방관들에게 튼튼한 방화복을 전달하는 것. 119REO가 바라보는 내일은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