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 노동 읽기
‘강남 8학군’ 대치동에 위치한 사립고에 부임한 신입 교사.
겉보기엔 남부러울 것 하나 없지만, 사실 그녀에겐 ‘1년짜리 기간제 교사’라는 비밀이 있습니다.
오래도록 꿈꿔온 직업이지만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는 그녀를 알게 모르게 위축시키는데요.
드라마 곳곳에 숨겨진 ‘노동자의 권리’를 찾았습니다!
글 임기현 | 사진캡처 tvN 홈페이지
[틀어진 사제지간의 진실]
성주 : 혹시 그애랑 무슨 일 있었어요?
성순 : 기억하실 거예요. 재작년 담임 때. 그 애들 중 하난데...
성주 : 그건 박성순 선생님이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 반 학생보다 자기 자식 먼저 챙긴다고 누가 뭐라 그럴거예요!
성순 : 그래도 챙겼어야죠. 애들이 저 욕한 거 이해합니다.
성주 : 애들한테 정확히 자초지종은 들어봤어요?
성순 : 아니요.
성주 : 하긴 그때는 애들한테 물어볼 마음의 여유도 없었을 테니까.
상위권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수업 ‘이카로스’.
상위권이 아니라서 기회마저도 박탈당한 아이들은 이카로스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 우유
테러를 감행합니다. 교재가 우유에 흠뻑 젖은 것은 물론 교실 벽에 괴기한 낙서들도 가득합니다.
우유테러의 장본인을 찾는 과정에서 ‘황보통’이라는 학생을 의심하게 된 진학부장 성순.
하지만 보통은 억울하기만 합니다. 정말로 자신은 결백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둘 사이에 흐르는 기류가 아슬아슬합니다.
사실 보통과 성순은 무너진 신뢰로 얼룩져있습니다.
2년 전, 성순은 보통의 담임교사였습니다. 평범했던 어느 날, 보통은 어떤 사건에 휘말려 경
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고, 계속해서 담임교사인 성순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성
순은 보통에게 가지 못했습니다. 아들이 급작스레 입원을 했기 때문이죠.
새벽이 다 되도록 기다렸지만 끝끝내 오지 않았던 담임교사 성순.
그 사정을 알 리 없었던 보통은 성순에게 굳게 마음을 닫고 맙니다. 사제지간의 신뢰는 이렇게 무너지고 만 것이죠.
[선생님도 누군가의 엄마이기에…]
만약, 성순이 ‘자녀돌봄휴가제도’를 떠올렸다면, 담임을 밤새도록 기다렸던 보통이 성순을 오해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픈 아들을 간호해야 하는 상황을 학교에 알리고 자녀돌봄휴가제도를 신청했다면,
학교 측에서 보통을 케어해줄 다른 교사를 보냈을 테니까요. 자녀돌봄휴가제도는 자녀가 있는 공공기관 근로자를
위한 육아지원제도입니다. 입학식・졸업식 등의 학교 공식행사는 물론이고, 병원진료에 부모가 동행해야 할 때 연간 2일의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요. 자녀가 셋 이상일 경우에는 연 1일의 가산일이 붙는답니다. 학교수업도 중요하지만,
선생님도 누군가의 부모이기에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공공기관 근로자가 아닌 경우라면 어떡해야 할까요?
이럴 땐, ‘가족돌봄휴가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올해 1월 신설된 가족돌봄휴가제는 돌봄
이 필요한 가족이 생겼을 때, 마음 놓고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제도인데요. 재직 중인 근로자
가 가족의 질병, 사고, 노령, 자녀의 양육을 이유로 연 최대 10일의 휴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기존과 비교하면 ① 자녀 양육의 사유가 추가 ② 기존에는 부모, 배우자, 자녀, 배우자의 부모에만 국한되었던 것이
올해부터는 조부모와 손자녀도 돌봄대상에 포함 ③ 기존 최소 사용기간 30일이 90일로 늘고,
이중 10일은 1일 단위 사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크게 달라진 점입니다.
[선생님, 빨리오셔야 해요. 아셨죠?]
제자와의 오해를 풀고 사제지간의 신뢰를 다시 찾은 박성순 선생은 남편의 부임을 이유로 휴직을 냅니다.
2020년부터 공무원에만 적용됐던 배우자 동반휴직이 교육공무직에도 적용된건데요.
동반휴직은 배우자가 해외에 파견을 나가게 되거나, 학위 취득을 목적으로 1년 이상 연구 또는 연수를 하게 된 때
사용할 수 있답니다. 보장기간은 최대 5년입니다!
진학부장으로서 제자들의 미래를 누구보다도 걱정했던 그녀는 동료 교사들에게도 믿음직스러웠던 ‘우리들의 영원한 쌤’이었죠.
성순의 마지막 편지를 확인하던 고하늘 쌤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