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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을 단절하다

하얀 밀가루가 노란 달걀과 버터를 만나서 찰흙 같은 반죽이 됩니다. 보슬보슬하게 날리던 가루들은 어느새 모양이 잡혀 가고 뜨거운 오븐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눈을 자극하는 멋진 모양과 입맛을 다시게 하는 향긋한 냄새를 풍기게 되죠. 이런 제과제빵의 과정을 '마법'으로 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제과제빵부문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홍수민 씨입니다.
[글 노혜진 사진 김정호]

  • 대전직업능력개발원을 만나 꽃피우게 된 재능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홍수민 씨는 집안이 크게 여유로운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어린시절에 인공와우 시술을 받고 적응도 잘했지만 그로 인해서 감당해야 했던 큰 비용 등도 생각해야 했다고 해요. "저는 일반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요, 졸업 후에는 바로 회사에 취업을 했어요. 당시에는 큰 불만이 없었습니다.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갑자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서 직장을 알아보던 홍수민 씨에게 대전직업능력개발원(이하 개발원)에서 보낸 안내문이 날아들었습니다.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술을 배워 직장을 찾을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데요, 거부감도 좀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장애인들과 생활을 하지 않았거든요. 학교도 모두 비장애인들과 다녔던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많은 환경에 적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하지만 걱정도 잠시, 실제로 찾아가게 된 개발원은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해요. 선생님들은 친절했고 시설도 괜찮았다고 합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직접 실습에 참여해 볼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개발원에는 전자과, 외식과, 전자처리과 등이 있었는데, 자신의 적성을 알아볼 수 있도록 체험 교육의 기회가 있었다고 해요. "처음에는 취업이 잘될 것 같은 전자과로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체험을 해 보니까 전자과는 저와 안 맞았어요. 외식과는 이름이 마음에 들고 체험을 해 봤는데 저와 참 잘 맞았어요. 선생님들이 저에게 소질이 있다는 말도 해 주셨죠." 생각지도 못했던 외식과에 진학을 해야 할 것인지 홍수민 씨는 3일 동안 고민을 했다고 해요. 과연 이 길로 가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지금 재미있다고 해서 직업으로 가져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사실 돈도 많이 벌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이런 말을 하시더라고요. 나이가 어리니까 돈보다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보라고요. 그 말이 저의 등을 떠밀어 주었죠." 그렇게 홍수민 씨는 개발원의 외식과에서 제과제빵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됩니다. 소질이 있었기에 수업을 금세 배웠다고 해요.

힘들었지만 배운 점이 많았던 첫 직장

홍수민 씨는 개발원에 다니면서 선생님의 권유로 지방대회에 출전합니다. 그리고 처음 나간 대회에서 금상을 획득해요. 이후 바로 취업까지 성공을 하는데요, 그곳에서 제과제빵사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해 보는 일은 정말로 만만치 않았다고 해요. "현장은 정말 교육을 받을 때와는 달랐어요. 바쁠 때는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제대로 밥도 못 챙겨 먹을 만큼 정신 없이 돌아가기도 했죠. 특히 후배들이 들어와도 금세 그만두는 일이 많아서 힘들기도 했어요." 홍수민 씨는 냉동실에서 냉동 반죽을 1시간 내내 정리를 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던 경험도 말해 주었는데요, 그럼에도 장애인도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이를 악물고 견뎠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많았어요. 제가 일한 프랜차이즈 같은 경우는 협업이 필요해요. 그래서 사람과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해야 제 의사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같이 일을 할 때 호흡을 맞추는 법도 알 수 있었죠." 그렇게 2년을 다니고 난 후 홍수민 씨는 회사를 그만둘 결심을 하게 됩니다. 결심은 섰지만 현실적인 고민이 많이 되었다고 해요.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힘든 것도 이해는 하지만 같은 직종에 있는 이상 어느 직장을 가도 힘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장애인 취업이 쉬운 줄 아느냐고요. 그 말에 고민이 많이 되었죠." 하지만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버거웠던 홍수민 씨는 직장을 그만두게 됩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개발원 선생님이 다시 연락을 주었다고 하는데요, 국가대표 선발전 준비를 하자는 권유였다고 해요. "개발원 선생님이 국가대표 선발전 준비를 하자는 연락을 해 주었어요. 다시 개발원에 다니면서 국가대표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연습에 매진했어요."

고난의 연속이었던 국제장애인기능경기올림픽

그렇게 홍수민 씨는 국가대표까지 거머쥐게 됩니다. 주변의 응원을 받으면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 받았다는 기쁨도 잠시, 국제장애인기능경기올림픽에 나갈 준비를 하게 되면서 힘든 점도 많았다고 해요. "저는 다른 국가대표들과 함께 숙소에 들어갈 수 없었어요. 제과제빵은 기구가 크기 때문에 선수단 숙소에 있는 시설로는 감당이 안 되었거든요. 저는 혼자서 한국호텔직업전문학교에서 올림픽을 대비한 훈련을 받게 되었죠." 선수들과의 교감이나 대화를 할 수 없이 오롯이 혼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수업은 배울 점도 많았지만 포기까지 생각할 정도로 외로움과의 싸움이었다고 합니다. "지도위원님은 한국호텔직업전문학교의 오병호 이사장님, 부지도위원님은 같은 학교의 유건희·고재석 교수님이었어요. 세 분 다 제과제빵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 받으신 분들이었는데요, 정말 배울 점이 많았어요. 저는 초콜릿과 설탕공예를 대회준비 차원에서 처음으로 교육을 받았는데,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 주셨죠." 100일간의 교육을 마치고 참여한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대회. 봄을 주제로 설탕과 초콜릿을 이용하여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회 당일 홍수민 씨의 도구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5시간 30분 동안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였는데요, 가스 인덕션과 전자레인지가 대회 당일에 고장이 났어요. 초콜릿 색깔을 내는 도구도 고장이 났죠. 평소에는 5시간이면 충분히 끝났던 과제가 5시간 30분을 모두 쓰고 나서야 간신히 완성되었어요." 다른 선수들은 잘하고 있는데 자신의 도구만 문제가 생겼다는 속상함에 포기까지 생각했지만 여기서 그만두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과제를 끝내는데 집중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은메달.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많았다고 해요.

내일 더 큰 꿈을 이룰 때까지

현재 홍수민 씨는 올림픽 이후에 또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 제빵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초점에서 일을 하다가 집 근처인 수원점으로 발령을 받아서 즐겁게 다니고 있다고 해요. "저는 목표가 하나 있는데요, 제과기능장을 획득하는 거예요. 청각장애인으로서 제과기능장을 획득한 사람은 있지만 여성 청각장애인이 제과기능장까지 된 일은 없거든요. 제가 거기까지 올라가면 참 행복할 거예요." 쉬는 날마다 대전으로 내려와서 후배들에게 제과제빵에 대해서 가르쳐 주기도 한다는 홍수민 씨, 아직은 부족한 자신을 믿고 따라와 주는 후배들이 고맙고 예뻐서 자신이 아는 것들을 최대한 가르쳐 주고 있다고 해요. "제가 더 많이 성장하고 난 후에 가게를 차려서 장애인들과 같이 일해 보고 싶어요. 사실 저는 장애인으로 살아가서 행복한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국가대표까지 되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장애인 역시 같은 사람이기에 똑같은 꿈을 갖고 있다는 홍수민 씨.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이니까 이런 건 못할 거라는 편견을 버리고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해 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적성을 새롭게 찾아서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홍수민 씨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홍수민 씨는 제과제빵은 마치 마법과 같아서 자신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작품들을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고 하는데요, 그런 그녀의 행복이 그녀의 작품을 맛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기를 바랍니다. 홍수민 씨의 큰 꿈에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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