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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인문학

우리 시대의 청백리

세조 13년(1467)에 태어난 정붕은 풍채가 늠름해 키가 8척이나 되고 식견과 도량이 청명하여 그의 숙부가 한 번 보고는 인재라고 칭찬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붕의 벼슬살이는 순탄하지 않았다. 성종과 연산군, 중종에 이르는 시기에 막강한 권력을 누리던 훈구파와 서서히 떠오르는 신흥세력 사림파가 대립하는 시기였다. 사림파와 맥이 닿아 있던 정붕 역시 관료 생활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자료 제공 국민권익위원회]

아첨하는 자와는 일하지 않는다

정붕은 성종 17년에 진사가 된 후 연산군 10년에 교리까지 오른다. 하지만 곧 갑자사화에 연루되어 영덕에 유배되었다. 중종반정이 일어난 후 조정에서는 여러 차례 그를 불렀는데, 부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와 절친한 벗이었던 성희안이 정승으로 있으면서 왕에게 건의하여 특별히 조정에 출사할 것을 청하였는데도 거절하였다. 그의 지인이 그 까닭을 물으니 그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내가 사은숙배(謝恩肅拜 임금의 은혜에 감사하며 공손하고 경건하게 절을 올리는 일)하려 입궐했더니, 서대(犀帶 벼슬아치가 두르던 띠)를 두른 한 재상이 앞에 서서 등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머뭇거리며 숨을 죽이고 서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그 모습을 알아봤더니 바로 홍경주(洪景舟)였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놀라 물러나서는 벼슬할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홍경주는 중종반정으로 정국 공신에 오른 훈구파의 대표적인 인물로 임금에게 아첨하며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정붕은 임금의 옆에서 입안의 혀처럼 구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그 뒤 시골로 돌아가 벼슬에 다시 오르지 않고 생을 마쳤다.

굶어 죽더라도 부정한 자의 재물을 받지 않다

정붕은 천성이 매우 청렴결백하였는데, 심지어 집에 양식이 없어서 굶어 죽을 지경이 되었는데도 부정한 자의 재물을 탐내지 않았다고 한다. 정붕이 유배에서 풀려나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조정에는 유자광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이 인물은 간사하고 탐욕이 많으며 방자했는데, 적개좌리공신(敵愾佐理功臣 난을 평정한 공신)으로 조정에서 위세가 등등했다. 유자광과 정붕은 외가 친척이 되는 사이였는데, 정붕은 부득이하게 왕래할 일이 생기면 여종이 가기 전에 숙마(熟麻 삶은 삼 껍질) 끈으로 팔을 단단히 묶고, 묶은 자리에 표를 해서 보냈다. 그러면 여종은 묶인 곳이 아파서 그의 집에서 지체하지 않고 빨리 갔다가 빨리 돌아오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여종이 돌아오면 비로소 그 끈을 풀어주었다. 한 번은 정붕이 출타했다가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에 양식이 떨어졌다. 그의 부인이 생각다 못해 유자광의 집에서 식량을 꾸어 왔다. 집에 돌아온 정붕은 쌀밥과 장국을 보고는 얻어온 곳을 물어 보았다. 그리고는 식량이 떨어진 것을 알고 조처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죄이니 부인의 탓이 아니라고 하면서 친구들에게 편지를 띄워 식량을 빌리고 부인이 쓴 만큼을 채워 유자광에게 돌려 보냈다.

명분 없는 부탁을 거절하다

정붕은 명분이 없으면 친구의 부탁도 단호하게 거절했는데, 정붕이 청송 부사로 있을 때 그의 친구인 성희안이 편지를 보내 잣과 꿀을 요청했다. 당시 청송은 잣과 꿀이 특산물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해줄 수 있었고 당시 관리들이 흔히 하던 관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붕은 잣은 높은 산봉우리 위에 있고 꿀은 민간의 벌통에 있으니, 태수(太守)가 무슨 수로 얻겠냐는 답장을 보낸다. 성희안 역시 이 편지를 읽고는 부끄러워하며 사과했다고 한다. 연산군 때의 권신 유자광과 외척이었던 정붕은 누구보다도 부와 권력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며 산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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