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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타이틀이미지 꽃씨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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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서브타이틀이미지 꽃씨 심다

꿈과 적성은 청춘들의 몫이고, 나이가 들면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걸까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통해 제2의 삶을 찾은 김동일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는 나이가 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여전히 꿈을 가져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꿈이 있는 한 누구나 청춘이라는 그의 청춘일기를 엿봤습니다.

글 박향아 | 사진 이용기

  • 비 오는 날의 수채화 같은 사람들

    “내가 맨날 기다리는 제일 반가운 사람이 왔네. 더운데 어여 들어와요.”
    김복동 할머니(가명)는 김동일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가 방문하는 날이면 골목 어귀까지 나와 고개를 쭉 빼고 기다리십니다. 비가 오는 날도, 오늘처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도 예외는 없습니다.
    집 안에서 기다리라고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겁다’고 하시니, 할머니 댁으로 가는 그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날씨도 더운데 왜 나와서 기다리세요. 어디 아픈 데는 없죠? 천장에 물새는 건 이제 괜찮고요?” 오늘도 양손 무겁게 할머니 댁을 찾은 그는 늘 그렇듯 할머니 건강부터 챙깁니다. 아픈 곳은 없는지, 식사는 잘 챙겨 드시는지 확인한 후에는 집 안 곳곳을 살펴봅니다. 얼마 전 수리를 마친 천장에서 또다시 물이 새지는 않는지 꼼꼼히 살펴본 후에야, 자리에 앉아 음료수를 마십니다. 집에 오면 주려고 할머님이 아껴놓은 건강 음료, 그 마음을 알기에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맛있게 들이킵니다.
    단칸방에서 홀로 살아오신 김복동 할머니에게 김동일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는 고맙고 소중한 친구입니다. 조용하던 휴대전화가 매일 울리기 시작한 것도, 찾아오는 이 하나 없던 혼자만의 공간에 누군가가 찾아오기 시작한 것도 그를 만나면서부터입니다.

    “이 사람 만나면서 동사무소에서 처음으로 쌀을 받았는데, 방 한편에 놓인 쌀 포대를 볼 때마다 얼마나 든든하고 좋은지 몰라요. 나라에서 주는 재난지원금 받는 것도 도와주고, 전화해서 안부 물어주고, 집에 찾아와서 내 얘기도 들어주고… 최고로 고맙지 아무렴.”

    할머니의 건조하던 일상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되어준 사람.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가 더없이 고마운 이유입니다.


인생 2막, 타인을 위한 삶을 선택하다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로 행복한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50대 후반, 개인 사업을 접을 때만 해도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디딤돌 삼아 ‘사회에 도움이 되는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 기대감에 부풀었던 그.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노력을 곧잘 증명해주던 MBA 학위가 오히려 취업 걸림돌이 되었고, 여러 번의 실패 끝에 ‘고졸’ 학력만을 기재한 이력서로 겨우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했으니 말입니다. 중장년을 위한 일자리가 워낙 없다보니, 경비원 생활은 그 자체만으로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했던’ 시간들이었는데요. 그마저도 인원 감축으로 인해 3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허무했어요. 속도 상했고요. 그즈음에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재도약프로그램을 알게 됐는데, 직업적성 흥미검사를 통해 저의 강점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나이가 들어도 경력과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이때부터 생겼죠.”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채워 나갈지,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는 그는 재도약프로그램 수료 후 ‘신중년 사회공헌 활동가 강사 양성과정’에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청주 시내 초·중·고등학교와 지역 아동센터에서 진로 및 직업윤리, 인성 분야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는데요. 일찍이 취득한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기폭제가 됐습니다.
“부모와의 갈등이나 진로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주는 건데요,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와 결이 맞닿아 있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르신이냐 아이들이냐, 대상만 다를 뿐 인생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해결해나간다는 점에선 똑같죠.”
아이들을 만날 땐 인생을 먼저 걸어온 선배의 마음으로, 어르신을 만날 땐 부모를 챙기는 자식의 마음으로 임한다는 김동일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 96세 노모를 모시고 있다는 그는 엄마를 대하듯 그렇게 어르신들의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누군가의 곁을 지킨다는 것

그가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곧잘 이런 말을 했어요. 길을 찾는 즐거움을 함께 알아 가면 좋겠다고요. 그러다 문득 ‘나의 또 다른 길은 어떤 길일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이제 막 인생의 길을 걷기 시작한 아이들과의 시간만큼이나 고단한 인생을 걸어온 어르신들의 삶을 돌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라는 생각에 도달했어요.” 생각이 생각으로만 머물지 않게 곧장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그는 올해 1월부터 청주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를 통해 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의 생활 전반을 돕는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일곱 분의 어르신 댁을 방문해 안부를 묻고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역할입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분들의 삶이 희로애락을 오롯이 품은 한 권의 책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저 홀로 살다보니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어지고, 기회가 적다보니 사회와의 단절이 빨라지는 것뿐이죠. 그 단절의 고리를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가 끊어주는 거예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서류를 도와드린 어르신이, 받은 지원금으로 밥 한 끼 사고 싶다며 환하게 웃던 날을 그는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누군가와 식사 약속을 하고 밥을 사주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웃으시던 어르신. 그 작은 마음이 고마워서, 감동이라서, 그는 오래도록 어르신 곁을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진심이 없으면 절대로 못하는 일, 김동일 선생님이 해내고 계십니다!

  •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잖아요. 김동일 선생님의 얼굴에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바르게 살아온 인생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채용하게 됐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주 1회 방문이라는 정해진 업무 외에도 어르신들의 필요가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시는데요. 어르신들의 크고 작은 필요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최선을 다해 채워주고 계세요. 코로나19로 방문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 유일하게 세상과 만나는 날인데”라며, 문 앞에서 안부만 묻고 오는 한이 있어도 빠짐없이 방문하세요. 정말 존경스럽죠. 어르신들을 향한 진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동일 선생님 덕분에 많은 어르신의 삶이 더 넉넉하고 행복해진 만큼, 앞으로도 오랫동안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인은미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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