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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타이틀이미지 꽃씨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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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서브타이틀이미지 꽃씨 심다

누구나 자기만의 인생을 그리며 살아갑니다. 어떤 마음을 담아 그려내느냐에 따라 그림의 색과 꼴은 달라지죠.  여기, 20대에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얻은 여인이 있습니다. 장애 때문에 걷는 것은 물론이고  말하기조차 어려움을 겪던 이 여인은 지금, 알록달록한 무지개빛 인생그림을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통해 인생 2막을 펼친 김수경 씨를 만났습니다.  

글 김혜영 | 사진 김근호

  • 인생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설 명절을 하루 앞두고 고향에 내려가던 길이었어요. 직장 선배네 차를 얻어 타고 신나게 내려가던 길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줄은 몰랐죠.”
    25년 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김수경 씨는 뇌병변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대체 얼마나 큰 사고였을까 싶어 묻기가 조심스러웠지만 오히려 그녀는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21살 때였어요. 병원 원무과 직원으로 일할 때였는데, 명절을 앞두고 꽤 들떠있었죠.  차를 태워주기로 한 언니에게 빨리 나오라고 성화를 부릴 정도로요. 그냥 딱 스무 살 발랄한 아이였어요.”

    하지만 눈을 떴을 땐 고향 집이 아닌 병상이었습니다.  ‘내가 왜 여기에 누워있지?’하고 떠올려보려 했지만, 사고 당시 기억은 전혀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동차가 추락하면서 전복사고로 이어졌다는 걸 사람들에게 전해들은 후에야 병상에 누워있게 된 연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씩 인지기능이 돌아왔고, 제 머릿속에는 온통 ‘빨리 나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끊임없이 움직이고 무엇이든 배우려고 노력했죠.”

    퇴원 후,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30분이면 걸을 거리가 1시간 30분으로 늘어났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걸었다는 김수경 씨는 떨어진 인지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회계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들을 했죠. 이 모든 것은 ‘일을 다시 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백지 상태에서 다시, 꿈을 향해    

장애가 있다고 하면 주변에서 알아서 도와주려고 하는 게 너무 싫었다던 김수경 씨.  그녀가 취업전선에 다시 설 수 있었던 건, 사고가 발생한 후로부터 꼭 3년이 걸렸습니다.  워낙 일을 잘했던 터라 사고 전 다니던 병원에서 작은 병원을 추천해준 건데요.  다만 아쉬운 건 차트 정리 같은 단순 업무만 가능할 정도로 여전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언제까지 단순 업무만 하며 살아갈 순 없을 텐데…’라는 걱정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지만 걱정을 오래 붙잡아  두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참에 외국어 공부라도 제대로 해놓자’라는 긍정 마인드를 발동시켰죠.  당장 영어스터디 모임에 합류했다는 그녀는 그곳에서 지금의 남편도 만났습니다.  밝은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타인의 눈에도 반짝거리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평범한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육아 때문에 다니던 병원은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내지는 않았습니다.  대형마트, 동사무소 사무보조 등 단기 업무라도 틈틈이 해내며 직업적 의식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죠.  몸이 좀 불편해도 일을 하고 싶다는 강력한 열망은 누구보다 건강했던 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눌한 말투와 절뚝이는 걸음걸이, 세월이 흐른 만큼 쌓인 나이는 점점 높은  장벽처럼 그녀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틈틈이 면접을 봤는데,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아무래도 장애가 일을 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죠.  그러다보니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을까,  다시 일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복잡한 심정이 일상을 흐트러뜨리는 나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남편 송기수 씨가 생각지도 못한 해결책을 제안했습니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무지개빛으로 채워질 제2의 인생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한 후 ‘신중년 인생3모작 패키지’를 신청했다는 김수경 씨는  취업에 필요한 면접스킬이나 이력서 작성법 등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창업·창직·귀농 등 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교육에도 참여했죠.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다 배워두자’라는  심정이었지만, 그러면서도 ‘아! 이 길이 내 길이구나!’라는 그 어떤 것을 찾을 수 있길 간절히 희망했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장애인점포지원사업’을 알게 된 후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저 일을 하고 싶었어요. 취업이 어려우면 창업으로 눈을 돌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꼭 취업을 해야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다 불현듯 영어강사로 일해 온 남편이 떠오르더라고요.  ‘장애인점포지원사업’을 이용해 남편과 함께 영어학원을 차려야겠다는 다짐이 섰죠.”

그 길로 그간 익혀온 이력서 작성법을 십분 활용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했고,  당당히 장애인점포지원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7월 학원을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전국에서 20팀만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라 선정될 거라는 기대도 안했어요.  근데 글쎄, 전국 1등으로 당선됐지 뭐예요. 제 힘으로 해낸 일이라 뛸 듯이 좋았죠.”  

최근에는 평생교육바우처지원사업에도 당당히 선정됐습니다.  평생교육바우처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수강료나 교재비 등을 지원해주는 사업인데요.  돈이 없어서 학원 대신 영어스터디 모임을 선택했던 본인의 경험이, 교육에 목마른 저소득층  아이들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그녀의 바람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하는 중입니다.  개원한지 이제 1년 남짓인데, 수강생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에선 조금의 그늘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직 채워나갈 인생 무지개가 많이 남았다는 김수경 씨.  본인의 인생 2막은 물론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까지 마련한 그녀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최고의 지침서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떤 색으로 삶을 채워나가고 계신가요?    






“감사합니다”  


  • 아내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 조차도 감히 그때의 고통과 아픔이 얼마나 컸을지 가늠할 수 없어요. 모두들 기적이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쉬지 않고 걸어온 덕분에 아내는 모든  부분에서 밝고 건강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학원에서 웃음소리가 난다 싶으면 그곳에 꼭 아내가 있을 정도로 말이죠.
    수강생들이 마음 편히 학원을 다닐 수 있도록, 저는 옆에서 훌륭한 영어강사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생각입니다.  평생교육바우처지원사업에도 선정된 만큼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게요!

    - 남편 송기수 씨 ( 영어캠프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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