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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직업성 호흡기질환은 탄가루가 폐에 들어가 폐를 망가뜨리는 탄광부들의 진폐증입니다. 하지만 석탄산업이 사양화 되면서 발병률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탄광부 진폐증 이외에는 직업적으로 발생하는 호흡기질환이 없을까요? 몇 가지 중요한 직업성 호흡기질환의 원인과 종류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강희태(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석면은 열과 마모에 강한 특성으로 인해 광범위하게 사용된 물질로서 석면폐증, 악성중피종, 폐암과 같은 직업성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직업적으로 석면에 노출되었던 경로는 크게 3가지로 구분이 됩니다. 첫 번째는 주로 충청남도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던 석면광산 및 근처 가공공장에서 일했던 경우, 두 번째는 슬레이트, 브레이크 라이닝, 석면사 등 석면을 포함한 제품을 만들었던 경우, 세 번째는 건설업, 조선업 및 수리조선업, 자동차 정비업 등 석면을 함유한 제품을 사용했던 경우입니다. 석면에 의한 질환은 잠복기가 수 십 년에 이르기 때문에 향후에도 석면에 의한 직업성질환은 계속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직장에서 석면에 의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석면함유가 의심되는 설비 또는 건축물을 해체·보수·리모델링 등을 하는 경우에는 석면이 들어있는지 조사를 하고, 석면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전문업체를 통해서 노출을 잘 관리한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석면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노출되는 각종 분진, 흄 등에 의해서 직업성 폐암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석면 함유 제품 제조업 근무자, 석면 광업 근무자, 선박 수리업 근무자, 지하에서 근무한 탄광부, 용접공, 석공, 주물공, 스프레이 도장공 등으로 10년 이상 일한 사람에게서 발생한 폐암은 직업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라돈, 디젤엔진 연소물 등에 의한 직업성 폐암이 의심되어 산재보상을 신청하는 경우 직업환경연구원 등의 조사를 통해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 밝혀 보상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사업장에서 들이마시는 분진, 화학물질 등에 의해서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는 질환으로는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간질성폐질환 등 다양합니다. 가구 공장 등에서 노출되는 이소시아네이트, 제빵업에서 노출되는 곡물 분진 등에 의한 천식 발생은 잘 알려진 직업성 호흡기질환입니다. 최근에는 지하에서 광부로 10년 이상 일했거나 석탄 및 암석 분진, 카드뮴 흄 등에 20년 이상 노출된 경우에는 만성폐쇄성폐질환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여 산재보상을 하고 있습니다. 화학물질에 의해 발생한 각종 간질성폐질환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직업성 폐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분진, 화학물질 등을 들이 마시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렵다면 노출 농도를 줄이기 위해 작업공정을 개선하고, 환기시설을 잘 갖추고 가동해야 합니다. 마스크 등의 호흡보호구는 다른 방법으로 노출을 막을 수 없는 경우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아무 마스크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출되는 물질을 차단할 수 있는 적절한 보호구를 선택해서 사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