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유망직종
액세서리 디자이너가 예쁜 헤어핀을 디자인했거나 건축 설계사가 설계한 건물을 확인하고 싶을 때, 또는 영화 소품 디자이너가 캐릭터를 디자인했을 경우 디자인이 잘 되었는지 결함은 없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시제품을 만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제품은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죠. 그런데 몇 년 전에 간편하고 저렴하게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습니다. 바로 3D 프린팅 덕분입니다. 상상 속의 제품을 현실로 재현하는 3D 프린팅 운영전문가의 세계를 알아봅시다.
[글 박현숙 사진 윤상영]
30년 전 탄생한 제조기술 3D 프린팅
3D 프린팅 기술이라고 하면 얼마 전에 탄생한 최신 기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30년 전에 탄생했습니다. 1984년 미국의 찰스 홀이 설립한 회사인 3D 시스템즈에서 플라스틱 액체를 층층이 쌓아 올려 굳혀서 원하는 물체를 출력해 내는 프린터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것이 그 시작이죠. 그 뒤에도 3D 프린팅 기술은 점점 발전을 거듭하다가 2013년 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3D 프린팅은 거의 모든 제품의 제작 방식을 혁신할 잠재력을 가졌다."라고 언급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3D 프린팅 산업을 선도하는 곳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연)입니다. 생기연은 중소 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된 종합연구기관으로 2014년부터 전국에 3D 프린팅 제조혁신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3D 프린팅 제조혁신지원센터는 3D 프린팅 핵심 전략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한편 기업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3D 프린팅이라고 언급하면서 대명사처럼 불리게 되었는데요, 정확한 학술용어는 'AM(Additive Manufacturing)'입니다. 소재를 쌓아올려서 만드는 적층가공기술을 의미하죠." 3D 프린팅 제조혁신센터의 이낙규 센터장의 설명에 의하면 3D 프린팅 기술은 200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고 합니다. 3D 프린팅을 기술적인 분류로 따지면 주조, 용접, 금형과 같은 부품 제조 방식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해요. 다만 2000년대부터는 기술과 소재의 부족으로 부품 제조에는 쓰여지지 않다가 201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다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금형(금속으로 만든 거푸집)이 필요 없기 때문에 형상을 만들 때 제약이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해요.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지금까지 우리가 물품을 제조한다고 하면 아이디어를 설계하고, 주조 및 열처리를 거쳐 금형을 제작하고 가공을 하는 여러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에 비해 3D 프린팅은 설계한 아이디어를 3D 프린터로 제조하고 출력물을 다듬거나 후처리를 하는 단순한 과정을 거치죠. 3D 프린터에 사용하는 원료에 따라 플라스틱, 나일론, 금속, 세라믹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고 레이저, 열, 빛 등을 이용해 적층과 응고를 합니다. 단계가 줄고 간편해졌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것이 3D프린팅 기술의 매력이죠. 특히 재료의 낭비가 없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기도 합니다. "3D 프린팅으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3D 프린팅은 제조과정이 느리고 대량생산을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이낙규 센터장은 3D 프린팅에도 단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장점이 많은 공정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는데요, 전통적으로 공정과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 제조에 어려움을 겪었던 부품을 3D 프린팅을 통해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합니다. 또한 내부에 형상을 갖고 있는 등의 이유로 전혀 만들지 못했던 물품의 제조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자동차나 항공 분야의 부품 등이 그렇습니다. 이 같은 3D 프린팅의 장점은 여러 방면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데요, 향후에는 자동차, 항공, 의료 등 소비재를 제조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할 전망이 높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로킷, 캐리마 등의 업체에서 플라스틱 소재의 3D 프린터를 만들고 있어요. 센트롤, 스맥, 원포시스 등의 기업에서 금속으로 된 3D 프린터도 개발했습니다." 3D 프린터의 활용 현황을 보면 현재도 매우 다양한데요, 액세서리, 모바일폰 커버, 치과 보철물, 의료 보형물 등에 플라스틱 소재를 활발하게 쓰고 있고, 자동차, 항공, 중공업 등에서 금속 소재의 활용이 높습니다. "앞으로 3D 프린팅 시장은 더욱 활발해지고 다양해질 것입니다. 의료, 바이오, 예술, 교육, 패션 등 산업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주 많거든요. 현재 국내 대형 병원 중 한 곳에서 3D 프린팅을 의료에 응용하는 애플리케이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이 연구가 더 발전한다면 보청기, 의수, 의료기구 등을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3D 프린팅 기술은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을까요? 이낙규 센터장은 국내 3D 프린팅 업계의 수준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현재 3D프린팅 기술의 국내 현황은 장비 수준을 본다면 미국이나 EU 등의 선진국에 비해 플라스틱은 80%, 금속 소재는 60% 정도에 이르렀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플라스틱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데요, 금속 분야의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2~3년 후에는 국산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청년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분야
이낙규 센터장은 3D 프린팅 분야를 젊은 청년들의 도전이 필요한 분야라고 얘기했는데요, 신선한 아이디어와 3D 프린팅을 접목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한류 문화 콘텐츠 같은 우리나라의 문화자원 등을 응용한다면 더욱 다양하게 쓰일 수 있지 않을까요? 게임이나 건축, 피규어 같은 곳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물품 제조까지 진행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시제품을 만들기까지 시간과 비용의 부담도 크고 소량 제작을 해 주는 업체를 찾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로 개인이 원하는 제품도 생산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거죠. 이때문에 3D 프린터를 활용한 프로그래밍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내는 3D 프린팅 운영전문가의 전망 역시 밝다고 합니다. "3D 프린팅 운영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설계 과정을 잘 알아야 하고 관련 기자재를 다룰 줄 아는 스킬이 필요합니다. 미적 감각도 필요하죠." 3D 프린터로 제품을 출력하는 과정을 보면 CAD와 3D 스캐너 같은 기계를 이용하여 설계를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디자인으로 프린터가 작업할 수 있도록 좌표값, 온도, 속도 등을 설정하면서 기기를 수시로 점검도 하고, 출력된 제품을 다듬고 도색, 코팅을 하는 후처리 과정까지 해야 합니다. 컴퓨터 활용 능력뿐만 아니라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예술가적인 감각도 갖추어야 하는 것이죠. "3D 프린팅 운영 전문가를 생각하고 있다면 정부 기관의 다양한 콘텐츠를 알아보는 것도 좋아요. 저희 생기연에서도 마이크로팩토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곳에서 첨단전자기술을 융합한 3D 프린팅으로 시제품을 제공하는 등 기업의 창업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져 주면 좋을 것 같아요.
미래의 가능성이 더욱 큰 즐길 수 있는 직업
이낙규 센터장은 3D 프린팅은 우리 삶에 더욱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자신이 상상한 미래의 청사진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유럽에 여행을 가서 차를 한잔 한단 말이에요. 그 찻잔이 마음에 들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스캐닝을 해서 데이터 파일로 집에 있는 3D 프린터에 전송을 하면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찻잔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여행의 추억을 사진이 아닌 실제하는 물건으로 느낄 수 있는 거죠. 상상만으로도 재미있지 않나요?" 현재 스마트폰에 스캐닝이 가능한 기계가 나와 있는 만큼 이낙규 센터장의 청사진은 머지않은 미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많은 분야인 만큼 열정이있는 젊은이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도 전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해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3D 프린팅 운영 전문가의 세계, 어떤가요? 그동안은 그저 신기해하는 분야였다면 이제는 우리의 삶에도 깊숙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3D 프린팅 분야에서 자신만의 미래를 개척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3D 프린팅 분야를 선도하는 운영 전문가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